대구 경북지역 관급 공사를 수주하는 한 건설업체 이사 A 씨는 올해 1월 인터넷에서 솔깃한 정보를 접했다.
‘온라인 흥신소’ 광고에는 특정인의 스마트폰을 염탐하는 일명 ‘스파이앱’을 설치해 도청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건설과 공무원의 약점을 캐기로 마음먹고 도청을 의뢰했다. 조건은 중요도에 따라 건당 30만∼200만 원. 계약에 동의하자 흥신소 측은 해당 공무원에게 스미싱 문자메시지를 보내 스파이앱을 설치한 뒤 A 씨에게 웹사이트에서 도청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A 씨는 며칠 동안 공무원의 일상을 도청했을 뿐 아니라 문자메시지 내용, 출장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녹음 기능으로 개인 사생활을 모두 감시할 수 있었다. 자칫 적발되면 회사가 문을 닫겠다는 생각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앱이 깔려 있는지 몰랐던 이 공무원은 나중에 불륜 사실을 알게 된 흥신소 측의 협박을 받고 2200만 원을 뜯겼다.
스마트폰 개인정보를 훔쳐보는 스파이앱을 범죄에 악용한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0일 특정인의 스마트폰에 몰래 악성 앱을 설치한 뒤 도청을 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조직총책 황모 씨(35) 등 2명을 구속하고 일당 김모 씨(33)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도청한 국내 조직이 붙잡힌 것은 처음이다. 또 경찰은 이들에게 도청을 의뢰한 허모 씨(45) 등 9명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사무실을 빌려 스파이앱을 운영할 서버를 설치했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개별 의뢰인을 찾아 건당 30만∼600만 원을 받고 25명의 스마트폰을 도청했다. 이들은 도청 과정에서 불륜 등 약점이 잡힌 3명을 협박해 57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의 의뢰인 가운데는 아내가 남편의 여자관계를 의심하거나 스토커가 상대 여성의 전화를 도청한 사례도 있었다. 도청 성능을 확인하려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스파이앱을 설치했다가 삭제하지 않는 바람에 흥신소에 약점이 잡혀 돈을 뜯긴 경우도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스파이앱은 스마트폰에 설치를 유도하는 스미싱 문자를 보내거나 직접 사용자에게 접근해 스마트폰을 빌려 쓰는 척하면서 설치했다. 앱의 녹음 기능 등은 작동 화면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늘어난 스마트폰의 데이터 용량은 새벽 시간대에 지우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했다. 황 씨 등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수사 정보를 빼내기 위해 수사팀장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출처가 불명확한 인터넷주소를 클릭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스마트폰을 함부로 빌려주지 말아야 도청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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