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자위대행사 대관 취소에… 日정부 대변인까지 나서 항의
非외교사안을 외교문제로 키워
롯데호텔이 자위대 창립 60주년 행사장 대여를 취소한 것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극히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따지지 않고 행사 하루 전날 장소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 것 자체에만 집중한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도 유감 입장 대열에 동참했다.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소속 무관(武官)이 주관하는 행사에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 정부 공식 대변인이 나서 강력하게 항의할 정도로 흥분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호텔에 항의한 것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외교채널을 통해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도대체 무슨 우려를 왜 전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일본 관광객들로 항상 로비가 붐빌 만큼 인지도도 높고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롯데호텔은 자위대 행사 취소 결정이 불러올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주요 고객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한국 사람들의 국민 감정이 반영된 것이다.
일본도 한국 국내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호텔을 폭파하겠다는 섬뜩한 협박까지 나왔을까. 이번 사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해석 개헌을 비롯한 최근 군사력 팽창 과정에서 바로 이웃 국가인 한국 사람들의 마음조차 제대로 사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롯데호텔이 행사 취소를 결정한 것은 전적으로 개인 회사의 결정이다. 한국 정부는 관여할 문제도 아니고 압력을 넣을 수도 없다. 한국 외교부는 10일 자위대 행사의 강행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취소했는지, 강행하는지 알지 못하고 알아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이 행사에 공무원이 참석하는 것에 대해서도 초청장을 받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완전한 중립을 유지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적 채널로 우려 전달을 운운하는 것은 일본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자충수밖에 안 된다. 비외교적 사안을 외교 사안으로 키우는 그야말로 악수(惡手)다. 다음 달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에 대한 감정은 점점 격앙되고 있다. 일본은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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