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 AIIB구상과 한국]美가 언급한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 2가지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① 中 독단경영 ② 인권-환경문제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Bar)이 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AIIB와 관련해 이렇게 발언했다. 당시 AIIB 설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외교적 수사로 받아들여졌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AIIB의 경영지배구조, 인권 및 환경 분야의 논란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 등이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취지로 사키 대변인이 ‘문턱’을 언급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힘든 경영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현재 논의 중인 비상임이사회 구상을 포기하고 다른 국제개발은행처럼 상임이사회를 두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투자 결정의 주도권을 쥐려는 중국 측의 의지가 워낙 강해 상임이사회를 두기 어렵다면 회원국들이 집행부에 중립적 인사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장치라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권 및 환경 문제는 중국이 AIIB 추진 과정에서 넘어야 할 2번째 문턱이다. 미국 중심의 서방 사회는 중국이 신속성을 중시하며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파괴하거나 근로자들의 권리가 간과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금융기구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에 소극적으로 투자하고 중국 편에 선 국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양상을 보이면 국제기구로서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정부가 미국 측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중국#미국#AI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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