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승리를 독일보다 기뻐한 브라질 3만 관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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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
“앙숙 아르헨 우승만큼은 안된다”… 5000명 獨응원단과 합세 기싸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인가?

정말 그랬다. 응원으로만 본다면 말이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14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는 브라질 관중과 아르헨티나 응원단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독일 응원단은 제3자가 된 듯한 분위기였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시작 전부터 열광적인 응원을 하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하지만 브라질 관중의 심기를 건드렸다. 아르헨티나는 “큰형님을 안방에서 맞이하는 기분이 어떠냐. 너희가 보는 앞에서 메시가 우승컵을 우리에게 가져올 것이다”란 응원가를 불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앙숙관계다. 여기에 남미 축구의 패권을 두고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 이 노래를 들은 3만여 명의 브라질 관중은 “우리는 5번 챔피언”이라는 구호로 맞섰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을 4강전부터 자극했다. 브라질이 독일과의 4강전에서 1-7로 참패한 다음 날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4강전에서 손가락 7개를 펼쳐 보이며 브라질을 조롱했다. 흥분한 두 나라의 관중들이 경기 뒤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0만여 명의 아르헨티나 응원단이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을 점령하자 ‘침공’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썼다. 브라질 축구의 성지인 마라카낭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는 것을 절대 보지 못하겠다는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경계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브라질 관중들은 철저하게 독일의 편에 섰다. 개최국 브라질의 지원을 등에 업은 5000여 명의 독일 응원단은 3만여 명의 아르헨티나 응원단에 맞서 대등한 응원을 펼칠 수 있었다. 브라질은 아르헨티나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을 때마다 “1000골, 1000골, 펠레가 1000골을 넣을 동안 마라도나는 골 냄새만 맡았지”라고 노래했다. 아르헨티나가 두 차례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는 동안 펠레가 이끈 브라질은 세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브라질 관중은 “아르헨티나가 마라카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은 브라질이 우승을 못하는 것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다”고 말했다. 연장 후반 3분 독일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이 터졌을 때 브라질 관중들의 응원은 절정에 달했다. 브라질이 골을 넣은 것처럼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우승은커녕 독일에 1-7 참패에 3, 4위 결정전 0-3 패배로 자존심을 구길 만큼 구긴 브라질. 이날 아르헨티나가 이기는 모습을 보지 않아 ‘최악의 월드컵’만큼은 면했다며 안도했다. 브라질 관중은 경기 뒤 경기장을 나서며 침울해 있는 아르헨티나 응원단을 향해 다시 노래를 불렀다. “돈트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리우데자네이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아르헨티나#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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