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김형식 씨 살인교사 사건의 피해자인 서울 강서구 재력가 송모 씨의 장부에서 현직 A 부부장검사 이름이 나왔다. 그가 송 씨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이는 돈이 178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제 김진태 검찰총장은 A 부부장검사를 대검 감찰본부가 직접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A 부부장검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은 그가 받은 금액이 처음엔 200만 원이라고 했다가 하루 뒤 300만 원으로 말을 바꿨다. 그러나 A 부부장검사가 10차례에 걸쳐 약 2000만 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검찰은 뒤늦게 송 씨 피살 당시 수사를 맡은 서울강서경찰서에서 장부의 복사본을 가져와 178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장부에서 송 씨 유족이 수정액으로 지운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경찰의 사본이 없었다면 서울남부지검은 A 부부장검사가 300만 원 받은 것으로 사건을 축소해 처리했을지 모른다.
강서경찰서가 송 씨 장부의 복사본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울경찰청에 보고하지 않고 검찰에 넘기지도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 씨가 살인교사 혐의로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장부 복사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경찰의 해명이다. 하지만 검찰이 검사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경찰은 지켜보고 있었다는 의심이 든다. 검경 갈등이 이런 데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김진태 총장은 2월 전국 감찰부장검사 회의에서 “국민적 신뢰를 되찾아 당당한 검찰로 거듭나자”고 강조했지만 검찰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채동욱 전 총장 내연녀 관련 수사는 청와대가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이 컸으나 흐지부지됐다. 김 총장 취임 전이긴 해도 검찰 출신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추문 의혹 수사는 검찰이 불기소했다가 최근 피해자의 재고소로 재수사해야 할 형편이다. A 부부장검사 수사에서도 검찰이 다시 제 식구 봐주기 수사를 계속한다면 ‘김진태 검찰’도 불신을 씻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