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에 전남 나주시로 본사를 옮기는 한국전력이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있는 기존 본사 터를 올해 안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누구든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곳에 땅을 팔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본사 터 매각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8월 말쯤 매각 공고를 내고 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올해 안에 매각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한전 본사 대지는 서울의 중심지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곳이다. 면적(7만9342m²)이 축구장 12개를 합친 정도로 큰 데다 코엑스, 잠실종합운동장,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등이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수서∼평택 고속철도(KTX)를 이곳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시지가는 1조4837억 원이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세가 3조∼4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헐값 매각, 특혜 시비 논란을 잠재우고 부채 감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 경쟁입찰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전이 매각 방안을 확정하면서 이 땅에 눈독을 들이는 후보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에만 30개 계열사 1만8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서울 서초구 헌릉로의 현 사옥에는 5개 계열사만 입주해 있고 근무 인원도 5000명에 불과해 신사옥 건립이 절실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전 본사 대지를 인수한다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해 한국의 대표적 산업 랜드마크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도 조심스럽게 입찰 참여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부지 인근의 한국감정원 터를 2328억 원에 사들였고,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지역을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에 이미 신사옥을 건립한 데다 입찰가가 예상보다 높게 올라갈 가능성이 큰 만큼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다.
외국 기업 중에서는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뤼디(綠地)그룹과 미국 카지노업체인 라스베이거스샌즈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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