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7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면직을 통보했다. 통상 전임 장관의 면직은 새 장관 취임 전날에 이뤄진다. 서 장관은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로 후임자 인선이 이뤄졌으나 유 장관은 후임자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례적으로 면직 처리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더구나 문체부는 장관 업무를 대행해야 할 제1차관마저 공석인 상태다. 조현재 전 제1차관은 한국체대 총장 응모를 위해 사표를 내고 15일자로 떠났다.
청와대는 “해당 장관들이 피로를 호소하며 먼저 면직 재가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2기 내각이 출범하는 상황에서 바뀔 장관들이 어정쩡할 수 있어 배려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 당시 ‘업무 공백’을 우려해 ‘조건부 사퇴’ 결정을 내린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번 면직을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정성근 후보자 사퇴 후 유 장관 유임설이 나오자 즉각 면직을 통보해 ‘유임은 없다’는 청와대 뜻을 확실히 하려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유 장관이 그동안 여권과 마찰을 빚어 한시라도 빨리 ‘찍어낸’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체부는 산하 기관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인사 민원이 많았다”며 “유 장관은 이를 묵살해 여권과 불편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체부 관계자는 “유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특유의 직설적 언행 때문에 대통령의 ‘레이저’를 많이 맞았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날 세종시로 출근하지 않았다. 정성근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린 10일 직원들과는 미리 작별인사도 마쳤다고 한다.
현재 문체부는 김종 제2차관이 장관과 제1차관의 업무까지 대행 중이다. 청와대가 새 후보자를 선정하고 청문회를 마치기까지 업무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관의 주무는 관광·체육 분야여서 특히 문화 관련 업무 공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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