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에게 술과 담배를 사준다고 속여 데려와 강제 입원시킨 뒤 15억 원의 요양급여를 타낸 인천 강화군의 한 요양병원 최모 원장과 사무장이 그제 구속됐다. 이들은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에서 노숙인 300여 명을 꾀어 사실상 감금하고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명당 100만∼200만 원씩의 요양급여를 챙겼다. 노숙인들을 치료하기는커녕 신경안정제를 먹이거나 손발을 묶어 놓았다. 그러다 숨지면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무연고’로 처리하고 사망신고도 하지 않았다. 강화군 복지담당 공무원은 사망한 환자의 가족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무연고 처리를 해줘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다.
구속된 최 원장은 지난해 5월 184개 병상을 가진 요양병원을 세웠다. 병원이 불법적인 환자 유인과 가혹행위를 한다는 소문이 돌아 시민단체들이 고발할 때까지 관할 군청, 보건소, 소방서 등 관련 공무원들은 정말 몰랐단 말인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노인 질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노인요양병원은 최근 5년간 1280여 곳으로 2배 가까이 늘었으나 정부의 관리 감독은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공무원이 요양병원과 한통속으로 세금을 빼먹고 있으니, 고령화 시대 요양병원이 노부모를 편히 모시는 곳이 아니라 눈먼 돈 빼돌리는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형국이다.
올해 1월에는 대구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의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해 요양급여 15억7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이사장이 입건됐다. 3월에는 부산의 요양병원이 치매 노인과 노숙인들을 입원시키고 1600여만 원의 의료급여를 부당 청구해 적발됐다. 보건복지부가 건보공단과 함께 지난해 말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전국 236개 노인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특별 조사를 벌인 결과 144곳에서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정부는 예산 부족 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요양급여 지급체계 문제부터 점검하고 노인요양시설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