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남북한 균형정책’ 깬 시진핑 주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9일 03시 00분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월 초 한국 방문은 ‘잔치가 끝나’ 일단락됐지만 이번 방문이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한 토론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 언론과 학자들은 시 주석 방문이 한국에 어떤 외교적 경제적 이익을 가져왔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손해를 봤다’고 여긴다. 시 주석은 ‘항일’ 문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낸 반면 한국은 북한과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없다는 이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이 양국 관계에서 갖는 의의나 수확을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중한 관계 발전을 위한 역사적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먼저 시 주석 방한은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중국이 일관되게 남북한 간에 유지해온 균형정책, 즉 경제는 한국에 기울지만 정치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북한에 접근하는 그런 정책을 깨뜨렸다. 시 주석은 과거 지도자들이 먼저 평양을 방문하고 후에 서울에 오는 관례를 한 방에 깨고 한국을 먼저 찾았으며 북한에는 냉담하게 대하고 있다. 이는 시 주석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정책적 결단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군사동맹국이며 미일은 중국에 ‘전략적 압박’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미국의 전략 의도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중국 내 민족주의 강경파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열어놓은 한중 접근의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6·25전쟁 이래 계속되는 중한 관계의 지정학적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남북 간에 균형을 유지하는 기존 방법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전략상 한국 쪽에 서는 결심을 하고 싶을 것이다. 이것이 중국 새 지도부가 이번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 정부와 사회에 전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다.

중국은 중한 관계 정상화 이후에도 남북한 간에 줄곧 평형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은 한국에 북-중 관계는 역사적 지리적 특수성이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런 특수성은 중한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서 자동 소멸될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시 주석은 이번 방한 중에는 ‘중조(中朝) 관계는 특수관계’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서울대 강연 중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하고 이를 추진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도 바란다고 분명히 말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중국에서 중국인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북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장차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어서 의의가 크다. 이것 역시 이번 시 주석의 한국 방문에서 한국인들이 보지 못한 수확이다.

시 주석이 비록 공개 발언 중에는 대북 정책에 대해 ‘새로운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조 관계가 냉담한 가운데 시 주석이 방한한 것은 행동으로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이 올해 북한에 석유 공급을 중단한 지 5개월이 됐다. 이는 냉전이 끝난 뒤 중국의 대북한 관계에서 보지 못했던 강경 자세다.

게다가 시 주석이 한국만 단독 방문한 것은 북한을 향한 경고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북정책이 전환의 시기가 왔음을 알리고 있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전후해 중국 언론에는 북한과의 전통적인 정책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발 나아가 ‘북한을 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시진핑#중국#북한#박근혜 대통령#경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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