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학회 가던 학자 100여명 희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9일 03시 00분


[‘우크라 상공 여객기 피격’ 지구촌 쇼크]
네덜란드, 사고현장 조사단 급파, 말레이항공 “넉달만에 또…” 패닉
美, 4월 해당지역 비행 위험성 경고

말레이시아항공 MH17 피격으로 자국민 189명을 잃은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항공 재난”이라며 충격에 빠졌다.

독일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사고 소식을 듣고 17일 급거 귀국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아름다운 여름날이 최악의 날로 바뀌었다. 네덜란드 전역이 애도 중”이라면서 네덜란드의 모든 정부 기관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네덜란드 외교장관은 이날 사고 현장에 감식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단을 급파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국민의 피해가 많았던 것은 사고기가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한 데다 네덜란드 국적 항공사인 KLM이 말레이시아항공과 공동운항(코드셰어) 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특히 승객 중에는 20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국제에이즈학회(IAS)의 제20차 학술대회에 참석하려던 에이즈 연구자 100명 이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에이즈 연구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블룸버그와 AP 등 외신들은 18일 네덜란드와 호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희생된 IAS 참가 예정자가 100∼108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그중에는 암스테르담대 병원의 세계보건국장으로서 30여 년간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힘써온 유프 랑어 전 IAS 회장(60)과 영국 출신의 글렌 토머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49)이 포함됐다.

말레이시아항공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3월 8일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중국 베이징을 향해 가다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MH370에 이어 넉 달 만에 더 참담한 사고를 맞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 항공기는 보잉 777기로 기종이 같은데 두 사고로 모두 537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들 참사는 말레이시아항공 경영 여건이 극도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터졌다. 이 항공사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무려 3배나 늘어난 3억6300만 달러(약 3700억 원). 자구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 감당하기 힘든 대형사고가 연이어 터진 것이다. 18일 하루에만 말레이시아항공 주가는 11%나 폭락했다.

게다가 미 항공당국이 4월 해당 항공구역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레이시아항공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직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 지역 상공 비행을 피하라는 공지를 4월 발표했다”고 밝혔다. 양국 간 정치 군사적 긴장이 가라앉지 않고 양국 항공당국의 관제 지시가 충돌한다면 민간 여객기에 잠재적 위험 내지는 잠재적인 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말레이시아 항공#우크라이나#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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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4-07-19 11:32:01

    '러시아'가 무기를 준 배경은 이해가 가지만 운용 인력인 반란군이 '러시아'군과 통신을 주고 받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책임론도 커지는 것은 당연하죠.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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