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의 폐지를 놓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서울 지역 자사고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가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면 5년간 최대 14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자사고의 신입생 면접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의 25개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교장연합회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전면 거부한다’는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힌다.
서울을 포함해 13명의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공동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면서 이번 혼란은 예견돼 왔다. 교육청은 전국 49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5년마다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서울에선 14개교가 평가 대상이다. 재지정 평가는 이미 지난달 끝났으나 조 교육감의 취임 직후 새로운 지표를 추가한 것도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본보가 입수한 ‘자사고 인근 공교육 영향평가’ 설문에 따르면 자사고 주변 일반 중고교 학생들에게 ‘귀하의 학교 교육활동과 학교 발전에 자사고가 끼친 영향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등을 물었다니 당연히 부정적인 답이 많을 것이다. 교육정책이 인기투표도 아니고 이런 설문을 내민 것은 부적절하다.
자사고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는다. 대신 학부모들이 일반고에 비해 두세 배 비싼 등록금을 지불한다. 일반 사립고는 연간 20억∼25억 원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추가되는 예산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 교육감이 약속한 재정 지원까지 더하면 막대한 예산 부담이 필요하다. 차라리 이 돈을 일반고로 돌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낫다.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일반고 전성시대가 열리지 않는다.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은 자사고가 교육 불평등과 학교 서열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하지만 전국 고교 가운데 자사고는 약 3%에 불과하다. 전체의 65%가 넘는 일반고의 황폐화를 단순히 자사고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안이하다. 새 교육감이 당선될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면 교육 현장의 혼란과 갈등만 커진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죽이기’가 아닌, 건설적 방법으로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대책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