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달러 통화스와프 협정도 포클랜드 영유권 주장 손들어줘
남미 순방서 우군 만들기 잰걸음
남미를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7조7000억 원 지원이라는 ‘통 큰 선물’을 안겨줬다. 경제력을 앞세워 지구 반대편까지 세력을 확장 중인 중국 외교의 힘을 과시한 사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아르헨티나의 요구를 결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20일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아르헨티나에 75억 달러(약 7조7000억 원)의 차관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 중 47억 달러는 수력발전소 건설에, 21억 달러는 농산물 수송용 철도 프로젝트 사업에 지원된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1000억 달러 규모의 부채에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여러 채권단과 채무 조정에 합의했으나 미국계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미국 법원에 제기한 채무변제 관련 소송에서 패소해 또다시 디폴트 위기를 맞고 있다.
두 정상은 이와 별도로 양국 중앙은행이 3년간 11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실시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아르헨티나가 외화 부족으로 중국과의 거래에서 대금 지불이 어려워지면 런민(人民)은행이 위안화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의 대국이 남미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 시 주석은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아르헨티나의 손을 들어줬다. 시 주석은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말비나스 제도(포클랜드 제도) 주권 요구를 결연히 지지하고 담판을 통해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은 주권과 영토 문제에서 서로 확고하게 지지하고 각계각층이 다양한 영역에서 밀접하게 교류할 것을 희망한다”며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 건설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1982년 4월 포클랜드 일대에서 해전을 벌일 정도로 심각한 영유권 갈등을 빚어왔다. 시 주석의 아르헨티나 지지 발언은 일본과 대립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남미의 지원을 얻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한편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 주석은 이번 아르헨티나 방문에서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등번호와 같은 ‘10번 유니폼’을 선물받았다. 시 주석은 23일까지 베네수엘라 쿠바 등을 공식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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