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도피자금으로 쓰기 위해 갖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진 돈 가방은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 없었다. 검찰과 경찰은 주변 일대를 수색했지만 20억 원가량이 들어 있던 것으로 추정됐던 여행용 가방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검경 추적팀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별장 ‘숲 속의 추억’으로 피신했던 5월 4일경 측근 추모 씨(60·구속)의 소개로 주민 A 씨를 만나 인근 농가와 임야 6만500m²를 사들였다. 거래가 이뤄질 때 유 전 회장을 만났다는 A 씨는 “유 전 회장이 5만 원권이 가득 들어 있는 여행용 가방에서 2억5000만 원을 꺼내 대금을 치렀는데 가방이 사과상자 2개 정도의 크기였던 점으로 미루어 총 20억 원가량이 들어 있을 것으로 보였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5월 25일 ‘숲 속의 추억’을 급습했을 때 돈 가방은 없었고, 유 전 회장의 옷가지 등이 들어 있던 큰 트렁크 가방만 남아 있었다. 20억 원의 돈 가방이 사라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 유 전 회장의 돈 가방을 노리고 유 전 회장을 유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이 애초에 돈 가방을 갖고 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의 진술 말고는 돈 가방의 실체를 확인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검경의 추적이 시시각각 좁혀오자 유 전 회장은 양말도 신지 못한 채 도주했고, 운전기사 역할을 한 최측근 양회정 씨(56·공개수배)조차 유 전 회장과 동행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무게가 최대 39kg에 이르는 돈 가방까지 챙기고 도주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게 검경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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