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소식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폈음에도 유 전 회장의 은신처 근처에서 시신이 발견되자 피해자 가족들은 다시 한 번 검찰과 경찰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유 전 회장의 죽음으로 앞으로 관련자 재판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안산에 머물고 있는 유가족 윤모 씨(49)는 “유 전 회장이 어떤 사람인데 객사(客死)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유 전 회장 사망 소식을 서로 전하면서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일반인 유가족대책위원회 이정석 총무(40)는 “발견 당시 (시신의) 인상착의나 나이 등 유 전 회장이라는 정황이 충분했는데도 이를 의심하지 않은 검경이 무능함을 스스로 광고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중립적인 민간 전문가가 부검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가족 장모 씨(41)는 “유가족 누구도 검찰과 경찰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가족이 지정한 전문가가 참여해 신원 확인을 해야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신 발견 사실을 발표한 시점에 대한 불만도 컸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다양한 행사로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것. 한 유가족은 “최소한 지난달 ‘송치재 인근에 사체 1구가 발견됐다’는 것만 공개했어도 이런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과 책임자 처벌이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유 전 회장을 검거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좌절됐다는 것이다. 유가족 윤 씨는 “세월호 책임자들이 ‘모든 건 유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한 일’이라며 죄를 미루면 재판이 흐지부지 끝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도 “이건 코미디”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실종자 권재근 씨의 형 권오복 씨(59)는 “지난달 사체 발견 당시 발표조차 안 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원고 교사 양승진 씨의 부인 유백형 씨(53)는 “살아있는 채로 붙잡혀서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죽어서야 잡혔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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