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나타났나, 득점 선두 이종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2011년 전남 데뷔, 2013년까지 14골… 2014년 환골탈태 9골 팀 3위 이끌어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일까?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이 절반의 일정을 소화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포항과 전북이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득점 선두에 낯선 이름이 눈에 띈다. 시즌 중이기는 하지만 상승세가 남다르다.

전남의 이종호(22·사진)는 9골(1도움)로 포항의 신형 폭격기 김승대(8골)는 물론이고 김신욱(울산), 이동국(전북·이상 7골)을 제치고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의 활약 속에 전남은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23일 제주와의 방문경기에서 시즌 10호 골에 도전한다.

2011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3년간 14골(9도움)을 넣은 보통의 선수에 불과했다. 올 시즌 16경기 만에 3년간 넣은 골을 넘어설 기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일 정도다. 노장 이동국 등의 분발로 점점 가열되고 있는 득점왕 경쟁 속에서 그가 선두를 계속 유지할지 관심사다.

그는 중고교 때 각종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를 휩쓸었던 선수였다. 12세 때부터 각급 대표팀에 자주 불려갈 정도로 같은 또래 중에서 실력은 최고였다. 그는 “그때는 트로피와 메달을 너무 많이 받아 집에 놔둘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는 프로무대를 밟은 뒤 단 한 개의 트로피와 메달도 집에 가져가지 못했다. 어느새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주목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그는 “3년 동안 K리그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올해는 나올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매년 꾸준히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득점왕 타이틀이 꿈만은 아니다. 그는 “페이스가 좋아 더 욕심내고 싶다. 동국이 형 등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는 것은 영광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배들을 이겨보고 싶다”며 웃었다. 득점왕과 더불어 그가 욕심내고 있는 것은 9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승선이다. 그는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욕심이 많은 것 같지만 그만큼 자신 있고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 남들이 생각하듯 깜짝 스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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