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꼬리 무는 의혹]
평소 그림자처럼 수행했는데… 별장에 兪 남겨두고 혼자 도망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후 행적을 밝혀 줄 유력한 인물은 운전기사 역할을 해온 양회정 씨(56·사진)다. 검경이 양 씨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은 유 전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던 그가 급박한 순간에는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검찰은 5월 25일 오전 1시 20분경 전남 순천시 서면 송치재 휴게소 인근 식당에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 변모 씨 부부를 체포했다. 이날 오후 9시 반경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머물던 별장 ‘숲 속의 추억’을 덮쳤지만 2층 통나무 벽 안 비밀공간에 숨은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날 오전 양 씨는 별장에서 1km 떨어진 야망연수원에 머물고 있다 황급히 피신했다. 순천지역 구원파 신도 박모 씨(53·여·수배 중)로부터 남편 추모 씨(61·구속)가 검거된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 데다 송치재 휴게소 인근 식당까지 추적팀이 들이닥치자 야망연수원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오전 3시 20분쯤 EF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전주 방향으로 도주하는 것이 고속도로 요금소 폐쇄회로(CC)TV에 잡힌 것.
당시 상황에 대해 양 씨는 구원파 ‘신엄마’에게 전화로 “검경이 별장을 급습해 새벽에 유 전 회장을 숲 속에 두고 왔다”고 보고했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유 전 회장은 여전히 별장에 숨어 있었는데 자신만 피신한 상황을 거짓으로 꾸민 것. 도주하기 전에 유 전 회장이 머물던 별장에 들렀을 수도 있지만 그랬다면 상식적으로는 유 전 회장을 승용차에 태워 피신시켜야 하는 게 맞다.
검찰은 양 씨가 도주하면서 유 전 회장의 거처도 검찰이 급습했다고 판단하고 혼자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추론이 맞다면 유 전 회장과 양 씨는 도피 과정에서 서로 만났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유 전 회장이 26일쯤 별장을 빠져나왔을 때에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았고 비상식량만 챙겨 나올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에 서로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의 ‘발’ 역할을 했던 양 씨는 5월 25일 오전 유 전 회장 도피에 사용된 것으로 지목된 EF쏘나타 차량을 타고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검찰은 양 씨가 전주에 이 차를 버리기 전 지인들을 만나 상의한 끝에 순천으로 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양 씨는 안성으로 가기 전 금수원에 있던 구원파 핵심 관계자 일명 ‘김엄마’ 김명숙 씨(59·여·수배 중)와 공중전화로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유 전 회장의 집사 역할을 하며 그의 재산 보유 내용을 잘 아는 양 씨가 검거될 경우 구원파 조직이 와해될 것을 우려해 양 씨에게 ‘유 전 회장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도피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