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매우 추운 날, 녹색어머니회 회원이신 어머니께서 마스크를 쓰고 등굣길 교통지도를 하러 가시는 모습을 봤어요. 호루라기를 부셔야 하는데 많이 힘드셨다고 하시더라고요. 3월에 황사가 많이 낀 날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부터 입이나 손을 쓰지 않고도 호루라기를 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답니다.”
‘폐가정용품을 재활용한 발로 부는 호루라기’로 대통령상을 받은 충북 영동초등학교 5학년 나현명 양은 ‘어머니의 불편함’이 발명의 동기였다고 말했다.
먼저 나 양은 호루라기에서 소리가 나는 과학적 원리부터 연구했다. 공기가 높은 기압에서 낮은 기압으로 빠르게 이동할 때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비슷한 경우를 떠올렸다. 불현듯 ‘펌프를 발로 세게 밟을 때 비슷한 소리가 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입이 아닌 발로 부는 호루라기라는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나 양은 생각을 발명으로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가정용품을 재료로 활용했다.
“어린 동생이 2명이나 있어 안 쓰는 물건이 많았던 것이 도움이 됐어요. 첫 번째 재료는 빈 페트병이었는데, 호루라기를 달고 발로 밟았더니 소리는 잘 났지만 페트병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어요. 발로 밟는 펌프를 써 봤지만 너무 무겁고 가격이 비싼 게 문제였죠. 이때 튜브에 바람을 넣을 때 쓰던 작은 펌프가 눈에 들어왔답니다.”
이 펌프를 이용해 호루라기에 바람을 불어넣는 도구는 해결했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막상 써보니 입으로 부는 호루라기보다 발로 부는 호루라기가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펌프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1회용 플라스틱 돗자리로 받침대를 만들고, 받침대에 펌프를 고정시키기 위해 인라인스케이트에 쓰는 끈 고정장치를 매달아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최종 작품이 나오기까지 시행착오만 14번. 나 양은 입으로 부는 호루라기 소리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지도교사와 상의를 거듭했다. 펌프의 높이를 다양하게 조절해 가며 소리를 일일이 녹음해 음파를 비교하는 실험까지 진행했다.
“공들여 만든 이 호루라기를, 교통지도하시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손이 불편한 사람이나 제자리에서 호루라기를 부는 운동 경기의 심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 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 대회에 처음 참가했으며 이번이 세 번째 참가다. 나 양은 “학교 발명영재반에 있으면서 창의력대회와 물로켓대회 등에 참여했는데 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을 나 양과 함께한 이 학교 전신용 교사는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저녁에 만나 연구했지만 현명이는 지겨워하지 않았고, 매번 작품이 나올 때마다 녹색어머니회에 직접 가지고 가 써 보라고 하는 등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 “흑돌이 백돌보다 큰 점에 착안… 체치듯 나눠” ▼ 국무총리상 ‘바둑돌 자동분류 바둑판’… 서울 등원중 최경식 군
“아버지나 친구들과 오목 두는 게 취미예요. 그런데 오목을 두고 나서 매번 바둑돌을 정리하기가 귀찮더라고요. 귀찮음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머리를 굴리다가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바둑돌이 자동으로 분류되는 바둑판’으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서울 강서구 등원중학교 2학년 최경식 군의 취미는 오목이다. 하지만 오목을 둔 뒤 바둑돌을 백돌과 흑돌로 나눠 정리할 때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영 답답했다. 이런 사소한 귀찮음을 해결하려는 동기가 이번 발명품을 만들게 된 이유였다.
최 군은 바둑돌부터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백돌과 흑돌의 크기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착시 현상 때문에 흑돌은 백돌보다 작게 보이는데, 이 점을 고려해 바둑돌을 만들 때 흑돌을 백돌보다 좀 더 크게 만든다.
궁리 끝에 최 군은 크기로 백돌과 흑돌을 분류할 수 있는 갈림길을 만들었다. 백돌만 통과할 수 있는 갈림길들에 먼저 바둑돌을 통과시키면 마치 체를 치듯이 백돌, 흑돌이 분류된다.
최 군을 지도한 채희옥 등원중 과학교사는 “프로 바둑기사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바둑판의 높이가 24cm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이 점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최 군은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24cm 높이 바둑판에서 바둑돌을 가장 잘 분류할 수 있는 각도를 찾아냈다. 최 군은 “30도에서 90도까지 다양한 각도로 실험해 본 결과 갈림길의 경사를 75도로 만들었을 때 흑돌과 백돌이 중간에 멈추거나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잘 미끄러져서 잘 나누어졌다”고 말했다.
최 군의 발명품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바둑돌의 모양을 변형하지 않고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바둑돌의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만큼 창의성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최 군은 3학년 때 고무장갑에 수세미를 붙인 발명품을 만들었고, 4학년 때는 문구용 칼에 자석을 붙여 칼날을 부러뜨릴 때 날이 튀지 않도록 해 교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대회 출전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11년 대회 당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냉장고 문을 출품해 장려상을 받았다.
최 군은 “발명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발명품이 빨리 제품으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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