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사람’으로 만들어 봤을 때의 모습이다. 튼실한 근육질의 팔다리와 몸통, 민활한 두뇌로 무장한 선진국의 균형 잡힌 몸매와 크게 대조적이다.
동아일보는 한국이 대표적 선진국 대비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 각종 경제·사회적 지표를 인체의 각 부분에 대입해 봤다. 이를 위해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내놓은 각종 지표 27가지를 선별해 7개 대분류로 나눴다.
7개 분류는 △사회지도층의 리더십(머리) △공공 분야의 효율성(왼팔) △민간 분야의 효율성(오른팔) △복지(분배·왼쪽 다리) △경제(성장·오른쪽 다리) △사회자본(사회정의 시민의식·가슴) △삶의 질(배)로 이뤄져 있다. 동아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은 OECD 평균을 기준(100)으로 해 각 신체 부분의 크기를 산출했다.
그 결과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상당했다.
머리에 해당하는 사회지도층의 리더십은 71.1에 그쳤다. 비교 대상인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은 모두 OECD 평균 이상이었다. 특히 세부 지표 중 하나인 정부 신뢰도에서 한국(58.5)은 포르투갈, 슬로베니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전통적으로 부정부패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70.2)보다도 낮은 수치다.
정부 국회 법원 등 공공 분야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반영하는 공공 분야 효율성도 78.8로 평균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았다. 세부 지표 중에서는 정부 효율성이 100.6으로 OECD 평균 이상이었지만 법 제정 효율성(66.5), 사법 독립성(69.1)이 평균점을 크게 깎아먹었다.
여론조사에서 많은 국민들이 불만을 표했던 복지 수준도 역시나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 한참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 지출에서 한국의 점수는 42.4로 OECD 평균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멕시코(33.7)와 칠레(46.5)의 중간 정도 수준이다. 2009년 이후 유럽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도 100.2를 받았다. 미래를 보장해주는 연금 수혜 부문에서도 한국의 점수는 68.7에 그쳤다.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 역시 77.6에 머물렀다. 민간 분야 효율성 또한 83.4로 비교 대상 국가들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았다. 민간 분야 효율성에서 기업 경쟁력과 연관 있는 경제자유 지수(106.6)와 글로벌 기업혁신 지수(101.3)는 평균 이상이었지만 다른 나라보다 큰 지하경제 규모와 낮은 노동생산성이 점수를 갉아먹었다.
사회정의와 시민의식을 나타내는 사회자본 점수도 선진국에 비해 모자랐다. 한국의 사회자본 점수는 독일(124.0), 프랑스(108.6), 일본(102.6), 미국(101.1)에 비해 최소 15포인트 이상 낮은 85.5에 그쳤다.
이런 모든 현상은 결국 낮은 삶의 질로 이어진다. 한국의 삶의 질 점수(64.0)는 독일의 절반 수준이었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세부 항목인 삶의 만족도(69.1)가 평균 이하인 것은 물론이고 높은 자살률(37.2·점수가 낮을수록 좋지 않음)에서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있는지’를 묻는 사회관계망 부문에서도 한국의 점수(85.8)는 OECD 평균보다 낮았다. 우리는 개인 측면에서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고군분투하며 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국민의 여론을 수용하고 질적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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