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인 대균 씨(44)가 25일 검거돼 인천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는 장면을 보고 분노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대균 씨가 체포 후 일성(一聲)으로 유 전 회장과의 ‘부자의 정’을 언급한 점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정명교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부위원장(33)은 “세월호 침몰 때문에 부모를 잃은 자식 심정은 우리가 그 누구보다 잘 안다”며 “어떻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균 씨는 압송 과정에서 “(아버지 사망 소식을) 조금 전에 알았다”며 “부모와 자식 사이에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자식 기분이 어떻겠느냐”며 울먹였다.
경기 안산시에 머물고 있는 고 양온유 양의 아버지 양봉진 씨(48) 역시 “잘 짜인 각본대로 대사를 읽는 것 같았다”며 “사고 수습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고 도주한 도망자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부모’와 ‘자식’이라니 너무도 이기적인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유가족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 전 회장 시신의 감정 결과에 대해 ‘사인(死因) 불명’이라고 밝힌 뒤 약 9시간 만에 대균 씨가 체포된 것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국민 관심을 다시 유 전 회장 일가로 돌리고 있다는 것.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14일째 특별법 제정과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가족 김모 씨(50)는 “유가족 모두가 검찰과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유대균 씨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가 이제야 체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을 오가는 고 윤솔 양의 아버지 윤종기 씨(49) 역시 “예술을 한다는 대균 씨가 유 전 회장의 일을 얼마나 알겠느냐”며 “세월호 사고는 결국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처가 낳은 참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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