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위안貨, 마오쩌둥 옷깃만 만져봐도 알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위폐 족집게’ 신도섭 우리銀 차장

우리은행 수신서비스센터 신도섭 차장이 위조 위안화를 가려내기 위해 지폐를 빛에 비춰 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우리은행 수신서비스센터 신도섭 차장이 위조 위안화를 가려내기 위해 지폐를 빛에 비춰 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마오쩌둥(毛澤東)의 옷깃을 오른손 엄지로 쓸어내렸다. 매끌매끌했다. ‘그’가 진짜였다면 오돌토돌한 질감이 느껴져야 했다. 눈을 살폈다. 눈의 초점이 흐렸다. 눈 주변에 푸르스름한 멍 자국도 보였다. 확실했다. ‘그’는 가짜였다.

마오를 세심히 관찰한 사람은 신도섭 우리은행 수신서비스센터 차장(49)이다. 우리은행에서 위폐감별사로 일하는 그는 중국 위안화 지폐가 진짜인지를 감별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 마오의 옷깃을 만진다.

신 차장은 2009년 국내 최초로 ‘HSBC 위폐감별사 자격증’을 딴 위폐감별 전문가다. 세계 각국의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위폐감별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이 HSBC다. 이 은행은 신 차장 같은 위폐감별사가 없는 은행들로부터 외화를 수거해 수수료를 받고 위폐를 찾아내주기도 한다.

하루에 신 차장의 손을 거쳐 가는 외화는 약 3억 원. 90%의 위폐는 위폐감별기를 통해 걸러지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10%의 위폐는 사람이 직접 눈, 귀, 코 등 감각기관을 이용해 가려내야 한다. “위안화 위폐를 찾을 때에는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을 다 이용해요. 지폐가 더러워질까 봐 맛을 못 봐서 그렇지 사실상 오감을 모두 이용하는 셈이죠.”

신 차장은 최근 위안화 위조지폐와의 싸움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며 국내에서 유통되는 위안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이 위안화 위폐를 발견해 한국은행에 신고한 건수는 지난해 총 160건이었다. 2010년 발견된 위안화 위폐가 총 78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신 차장은 마오의 옷깃과 눈을 살펴 위안화 위폐를 가려낸다고 귀띔했다. 진짜 위안화에 새겨진 마오 초상화의 옷깃을 만지면 일반인은 알기 힘들지만 미세하게 까끌까끌한 느낌이 든다. 매끈한 느낌이 들면 가짜 위안화일 가능성이 높다. 또 마오 초상화의 눈 부분이 멍이 든 것처럼 푸르스름하다면 역시 위폐일 확률이 높다.

모양과 질감까지 완벽히 모방한 위폐여도 신 차장의 ‘귀’를 속이지는 못한다. 그는 위안화를 귀 가까이에 대고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나는 소리로 위조 여부를 확인한다. 신 차장은 “진짜 지폐에서는 카랑카랑한 소리가 나지만 위폐에서는 종이 두 장을 함께 튕기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신 차장의 목표는 국내에서 단 한 장의 위안화 위폐도 유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위안화 위폐를 사용하면 100% 걸린다, 신도섭 때문에 무조건 걸린다는 소문이 퍼져 위폐를 만드는 사람들이 겁을 먹었으면 좋겠네요.”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신도섭#위폐감별사#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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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4-07-29 09:52:54

    중국은 가짜 천국이다.중국의 가계들은 위폐감별기를 다 가지고 있어서 100위안 짜라를 내면 반듯이 감별한다.한국도 중국화폐를 철저히 감별해야 한다.

  • 2014-07-29 23:07:00

    기는놈 위에 나는놈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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