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의 마지막 행적을 밝혀줄 유력한 인물로 지목된 양회정 씨(56·사진)가 29일 오전 검찰에 자수했다. 전날 ‘김엄마’ 김명숙 씨(59)와 양 씨의 아내 유희자 씨(52)가 검찰에 자진 출두한 데 이은 ‘자수 릴레이’가 벌어진 것이다.
22일 유 전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고 25일 검찰이 도피를 도운 측근들에 대한 선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장남 대균 씨(44)가 체포된 뒤 단 나흘 만에 모든 범인 도피 사범들에 대한 신병 확보가 끝났다. 인천지검 수사팀 관계자도 “연일 비슷한 패턴으로 자수해 와 힘들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 금수원 금고에 돈가방 5개 있었다
김 씨와 양 씨 등의 진술도 하나같이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치했다. 양 씨는 검찰 조사에서 “5월 24일 밤 유 전 회장의 은신처였던 ‘숲속의 추억’ 별장에서 유 전 회장과 인사를 나눈 뒤 인근의 야망연수원에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25일 오전 2시경 야망연수원으로 들이닥쳤지만 이들은 연수원 근처만 수색하고 별장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양 씨는 “유 전 회장을 구하러 별장으로 가면 붙잡힐 것 같아 겁이 나 급히 전북 전주시의 처제 집으로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양 씨는 또 유 전 회장이 검찰 수색을 피해 들어간 비밀 공간에 대해 “원래 있던 공간에 손을 좀 본 것뿐이다. 유 전 회장이 어떻게 그곳에 숨었고 이후 어떻게 도피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별장 2층 통나무 벽 안에서 발견된 4, 5번의 번호지가 붙은 돈가방의 출처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래 1, 2, 3번 돈가방도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 돈가방이 금수원 내의 금고에 있었는데 1, 2, 3번 돈가방은 세월호 참사가 나기 전에 이미 소비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유 전 회장이 평소 현금으로 갖고 있던 비상자금이었다는 얘기다. 검찰이 금수원을 압수수색했을 때 이 금고는 텅 비어있었다.
○ 금수원 압수수색 때 양회정 있었다?
검찰은 6월 11, 12일 이틀간 김엄마와 양 씨 등이 금수원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경찰 등 1만 명의 인원을 투입해 금수원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양 씨는 자수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재창고 쪽에 조그만 공간을 확보해 그 안에 있었다”고 했다. 자수를 하겠다고 전화를 건 발신지도 경기 안성이었다.
검찰은 자수 릴레이에 이어 주요 피의자들이 금수원을 오가며 검찰 조사에 응한 정황 등을 유심히 살펴보며 금수원 측의 조직적인 수사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9일 자수한 양 씨를 귀가시키지 않고 인천구치소에 수감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다. 검찰은 30일 양 씨를 추가로 조사한 뒤 불구속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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