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각형 축구공… 수학댄스… 數와 예술의 ‘진기한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일 03시 00분


수학문화축제 ‘브리지스 서울’, 8면체 조형물 등 234점 전시

‘브리지스 서울 2014’에는 ‘아르키메데스의 별’(작은 사진)을 비롯해 수의 대칭성, 도형의 배열 등 수학의 향기를 풍기는 예술작품들이 대거 전시된다. 사진은 지난해 브리지스 콘퍼런스에 전시된 작품들. 국립과천과학관
‘브리지스 서울 2014’에는 ‘아르키메데스의 별’(작은 사진)을 비롯해 수의 대칭성, 도형의 배열 등 수학의 향기를 풍기는 예술작품들이 대거 전시된다. 사진은 지난해 브리지스 콘퍼런스에 전시된 작품들. 국립과천과학관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는 유독 별이 많다. 우주의 별을 직접 관측할 수 없었던 이집트인은 별을 팔이 5개 달린 불가사리 모양으로 묘사했다. 지금도 별을 떠올리면 이런 형태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하지만 실제로 별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공 모양이다.

황홍택 금오공대 응용수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생각한 별 모양과 실제 둥근 별 사이에는 수학적인 관계가 있다”면서 “별의 꼭짓점을 이으면 오각형이 되는데, 오각형은 구를 만드는 핵심 도형”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런 수학 원리를 활용해 직접 제작한 조형물 ‘아르키메데스의 별’ 시리즈 7점을 14일부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수학 융합 콘퍼런스 ‘브리지스 서울 2014’에 출품한다.

○ 오각형과 구의 야릇한 관계

오각형이 구가 되는 수학 원리는 축구공을 생각하면 쉽다. 오각형으로 정십이면체를 만든 뒤 정십이면체의 모서리를 둥글게 휜 다음 축구공에 바람을 불어넣어 둥글게 부풀리듯 정십이면체를 잡아당기면 구가 된다.

황 교수의 ‘아르키메데스의 별’도 이렇게 탄생했다. 7점 모두 빨대 같은 플라스틱 막대를 이용해 만들었고, 이들을 공 모양으로 이었다. 겉으로는 골격만 남은 공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공에는 무수한 오각형이 보인다. 황 교수는 팔면체를 이용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조형물 ‘리듬 온 옥타헤드론’도 콘퍼런스에 출품했다.

박호걸 포디수리과학창의연구소 소장의 작품도 브리지스 서울에 전시된다. 그는 구 2개를 나란히 붙여 세포분열 순간을 포착한 듯한 ‘박 스피어II-그린에그’를 출품했다.

박 대표는 도형에서 선과 각을 표현할 수 있는 교구를 개발하며 이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경우다. 그의 교구를 이용하면 뫼비우스의 띠, 반으로 자르면 뫼비우스의 띠가 나오는 클라인 병, 튜브 모양의 토러스(Torus) 등 수학 원리를 토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는 “수학 원리를 이용하면 누구나 멋진 예술품을 제작할 수 있다”면서 “수학 원리가 담긴 작품을 만드는 일은 교육적으로도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 브리지스 서울에서는 프랙털 구조를 엿볼 수 있는 ‘아담과 이브’, 날개의 대칭미를 강조한 ‘드래곤H’ 등 수학과 예술을 융합한 다양한 작품 234점이 전시된다.

○ 댄스와 마임, 시로 선보이는 수학

역동적인 움직임과 우아한 동작이 수학을 만나면 ‘수학댄스(MathDance)’가 된다. 칼 샤퍼 미국 디엔자대 수학과 교수와 웨버주립대 무용 강사인 에릭 스턴은 수의 대칭성과 연속성을 춤으로 푸는 유쾌한 공연 ‘발견의 징조(The Signs of Discovery)’를 콘퍼런스 기간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1991년부터 수학과 춤을 접목한 공연을 펼쳐 오면서 수학댄스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악수 퍼포먼스처럼 간단한 동작을 통해 경우의 수를 알려주고, 관객과 함께 박수를 치며 대칭성을 깨우쳐 주는 등 창의적인 공연으로 명성을 떨쳐 왔다.

팀 차티에 미국 데이비드슨대 수학과 교수는 부인과 함께 마임과 인형극으로 수학을 표현하는 독특한 공연 ‘마임매틱스(Mime-Matics)’도 선보인다. 세라 글레이즈 미국 코네티컷대 수학과 교수는 수학을 소재로 삼은 시 낭독회를 진행한다.

박부성 브리지스 서울 자문위원회 부위원장(경남대 수학교육과 교수)은 “이번 콘퍼런스는 수식으로 대표됐던 딱딱한 수학 대신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자리”라며 “다양한 예술품 전시와 체험활동이 마련돼 있어 수학교사들이 교육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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