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대학들 리포트 표절검사 최대 年1억 쓴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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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좀 바꾸고 인쇄해 내면 절대 안걸려”

“구입한 리포트 그대로 단어만 동의어로 쫙 바꾸면 안 걸려요. ‘밥 먹는다’를 ‘식사한다’로 하는 것처럼. 종이에 인쇄해 제출하는 경우라면 절대 안 걸리죠.”

서울 한 대학 전기전자공학부 3학년 윤모 씨(24)는 최근 3개월간 리포트 판매 인터넷 사이트에서 3만5000원을 내고 리포트 20부를 샀다. 윤 씨는 “직접 쓰면 2, 3일 걸릴 텐데 사이트를 이용하면 5, 6시간에 깔끔하게 끝난다”고 말했다.

윤 씨의 사례는 3년 전부터 ‘표절을 뿌리 뽑겠다’며 각 대학이 설치한 ‘표절검사 전산시스템’이 얼마나 유명무실한지 보여준다. 고려대 중앙대를 비롯해 11개 학교는 ‘블랙보드’, 연세대 영남대 등 50여 개 대학은 ‘밈체커’라는 프로그램을 쓴다.

연간 운영비는 2000만∼1억 원. 하지만 중앙대 교수학습개발센터의 한 직원은 “교수들의 실제 사용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털어놓았다. 조환규 부산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리포트를 채점하려면 인쇄해서 보는 게 편한데 표절검사 프로그램은 파일 형식으로 받아야 쓸 수 있어 불편하다”고 했다. 연세대 강사 한모 씨도 “인터넷에 올린 자료를 일일이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건 솔직히 고역”이라고 말했다.

수강생이 200명 이상인 대형 강의 조교로 일한 학생 우모 씨(25)는 “리포트를 조교들이 채점하는데 2, 3명이서 2주간 50, 60부씩 본다. 표절 판단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학생은 당연한 듯 베껴 쓰고, 학교와 교수는 귀찮다며 방관하고. ‘논문 표절’이 어째서 이 나라 청문회의 기본 메뉴가 됐는지, 떡잎부터 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표절#리포트#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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