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서아프리카 방문객 대상… 발열-오한-구토 증상땐 격리 논의
의료봉사단체 아프리카 일정 취소
덕성여대 주최 여성 세계대회 나이지리아 3명 참가 없던 일로
보건당국이 서아프리카를 방문한 우리나라 국민 중 에볼라 의심 환자가 발생할 경우 최대한 입국을 지연시키고 현지에서 격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해 달라고 3일 외교부에 요청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을 방문한 여행객과 근로자 중 발열, 오한, 구토 증상이 있는 국민의 입국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을 외교부와 논의했다”며 “이는 입국 과정에서 동승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일단 한국인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현지 의료진의 1차 판단을 받은 뒤 한국 검역당국과 귀국 여부를 상의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무조건 귀국을 지연시키면 자국민을 팽개쳤다는 비판이 쇄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상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한국행을 막을 법적 수단도 없다.
외교부는 이미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곳을 특별여행경보 지역으로 선포해 여행을 금지했다. 또 한국인 환자 발생에 대비해 주변국인 나이지리아와 세네갈의 한국대사관에 방호 장비를 보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호흡기로 전파되지 않지만 감염자의 체액, 분비물, 혈액 등을 통해 전파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 고릴라 등 동물에게서도 감염된다. 2∼21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열, 오한, 두통 등이 나타나다 심할 경우 8, 9일째 사망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6일 현재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는 모두 1201명(의심환자 포함)이며 이 중 67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의심환자의 입국 지연 조치와 함께 공항 검역을 강화하는 등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국제공항 내 열감지 카메라를 이용해 발열 등의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잠복기 동안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추적관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으로 여행업계는 비상이다. 아시아권인 홍콩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의심환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 여행사에 현지 상황을 확인하는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각종 행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덕성여대는 4일부터 여는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에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아프리카 11개국 학생 35명을 초청하기로 했지만 발병 국가인 나이지리아 대학생 3명의 참가를 취소했다. 학교 관계자는 “나이지리아를 제외한 초청 대상 국가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사망자가 발생한 4개국이 포함되지 않아 대회는 계획대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료봉사단체 ‘굿뉴스의료봉사회’도 서아프리카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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