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공정성 평가 강화”… 언론 재갈물리기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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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親지상파 정책 논란]‘재승인’ 손에 쥐고 보도개입 소지
방심위와 별도로 평가지표 개발… 이중규제에 객관성 논란 일 듯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공정성 평가지표를 자체 개발하겠다고 나서면서 ‘방송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언론의 비판과 감시 대상인 정부가 보도의 공정성을 직접 판단한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4일 발표한 3기 방통위 정책과제에서 앞으로 방송평가를 할 때 공정성 관련 평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행 방송평가에서 공정성과 관련된 심의제재 감점을 더욱 높이는 한편 별도의 공정성 평가 체계를 만들어 방송평가에 추가로 포함시킬 계획이다.

우선 이중규제라는 반발이 나온다. 방통위는 2000년부터 방송사를 대상으로 매년 방송평가를 실시해 왔다.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과 편성, 방송사 운영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방송사업의 재허가 및 재승인 때 반영해 왔다.

현행 방송평가에서도 공정성 항목(심의 관련 규정 준수 여부)은 중요한 평가요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보도 등 각종 프로그램을 심의해 그 결과에 따라 점수를 배정한다. 이런 심의제재 관련 점수 비중은 지상파의 경우 방송평가 총점의 10%에 달하고 종편과 보도채널에는 더욱 높아 각각 총점의 12.1%, 14%에 이른다. 그런데도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방송평가위원장)은 이날 “방심위와 별도로 공정성 평가지표를 개발해 따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행 방송 공정성 평가도 이미 여러 차례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심위가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내린 제재 조치 가운데 올해에만 세 차례나 법원에서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시사프로그램의 주요 역할인 정부 비판이나 합리적 의혹 제기를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방심위의 제재 조치 남발에 제동을 걸었다.

근본적으로는 언론의 공정성을 정부가 직접 판단한다는 발상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정성 평가 강화는 정부가 각 언론사의 보도에 더욱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소리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는 연구기관이나 시청자단체 등 비정부기구에서 하는 게 보편적이다.

여야 추천으로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는 합의제 조직인 방통위가 제대로 된 평가지표를 만들 수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큰 논란이 불가피하다. 기준을 만들어도 실효성 있는 평가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방통위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방송 준칙과 방송심의 규정을 정비하고, 각 방송사가 구체적인 재난보도 지침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다. 재난방송과 관련해 오보와 선정적 보도에 대해서는 방송평가에 반영되는 감점을 높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방침이 재난 상황에서 빠르게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방송사의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baron@donga.com·이서현 기자
#방통위#공정성#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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