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결정은 민주주의 룰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아베 정권을 타도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달 30일 한국을 찾은 마키노 에이지 호세이대 철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칸트 철학 권위자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연구하고 있는 마키노 교수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했다. 마키노 교수는 백종현 서울대 교수와 ‘동아시아의 칸트철학’을 최근 펴냈다.
그는 서울대 강연에서 요미우리나 산케이와 같은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과거사 반성에 전향적이던 언론들마저 아베의 논리를 따라가는 등 일본 사회 전반이 우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키노 교수는 우경화의 원인을 일본인들의 정신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우선 버블경제 붕괴에 따른 이른바 ‘중류(중산층) 의식’의 퇴조를 꼽았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들이 장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무력감에 빠지면서 정부나 정치에 대한 비판의식이 무뎌졌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에 대해 다수의 일본인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다. 마키노 교수는 “일본 국민들이 5년 전 민주당 정권에 큰 기대를 품었지만 결국 실망이 컸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불편한 진실을 보거나 듣거나 말하지 않는다는 일본인 특유의 정신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왜곡된 정신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입시 위주에서 벗어나 철학이나 문학, 역사, 과학 등 다방면에서 균형 잡힌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시중에 유통되는 정보량이 넘치면서 정보의 우선순위나 활용방법에 대한 대중의 판단력이 떨어진 것도 원인으로 봤다. 마키노 교수는 “급격화 정보화로 인해 지혜가 모습을 감추고 콘텐츠라는 이름의 단편적 지(知)가 대중을 휩쓸고 있다”며 “주체적인 사고능력이 약해지다 보니 우경화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칸트 철학자로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마키노 교수는 “안중근의 이론은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맥이 닿으면서도 실현 가능한 대안을 담았다는 점에서 좀 더 현실적인 접근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선 테러리스트로 폄하되는 안중근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호세이대 지하 서고에서 안중근의 공판 속기록을 접하고 관심을 가졌다”며 “그의 무죄를 주장한 미즈노 요시타로 변호사가 호세이대 출신인 것도 묘한 인연”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