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4차 공판이 벌어진 5일 경기 양주시 보통군사법원. 깊은 침묵이 잠시 흘렀다. 가해자들은 두 손을 모으고 피고인석에서 침묵을 지킨 채 앉아 있었다.
오전 10시 시작된 윤 일병 사건 4차 공판에서 군검찰은 가해자인 이모 병장(25)의 혐의에 강제추행죄를 추가하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군 검찰은 상해치사죄를 살인죄로 변경 적용하는 문제는 추가 수사와 법리 검토 후 일주일 내에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범죄사실 변경이 검토됐던 살인죄는 이날 심리에서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 병장을 비롯해 하모 병장(22), 이모 상병(22), 지모 상병(20) 등 병사 4명과 유모 하사(22) 등 5명은 상해치사와 폭행 및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5월 2일 구속 기소됐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주범인 이 병장의 경우 이날 추가된 강제추행 혐의를 비롯해 상해치사, 집단·흉기 등 폭행, 강요, 의료법 위반, 공동폭행, 위력행사가혹행위, 폭행 등 혐의가 모두 8개였다.
재판 심리를 맡은 이명주 대령(행정부사단장)은 검찰관 신청을 받아들여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변호인단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방청석은 취재진과 시민 등으로 가득했다. 20석에 불과한 방청석 자리는 부족했다. 이날 재판을 보러 온 사람들 상당수가 복도에 선 채로 지켜봐야 했다.
약 20분간 진행된 재판이 끝나자 일부 방청객은 가해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범으로 지목된 이 병장의 얼굴을 보려고 재판정 앞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얼굴을 저렇게 뻔뻔하게 들고 있나”,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피고의) 얼굴에 반성하는 빛이 없다”는 매서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가혹행위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 병장은 피고인석에 앉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옆에 앉은 하 병장은 울먹이는 표정을 짓다가 끝내 고개를 떨궜다. 피해자 윤 일병의 유족은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보라색 풍선과 리본을 법정이 위치한 부대 입구 정문에 붙였다. 윤 일병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도 했다. 윤 일병에 대한 추모의 뜻을 보냈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윤 일병은 말이 없다.
시민 감시단 80여 명과 함께 법정을 찾은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특검을 실시해 군대의 뿌리 깊은 악습을 철폐해야 한다”며 “집단 폭행으로 일병이 사망한 사건을 단 4번의 재판으로 끝내려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재판은 결심공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소를 변경하고 수사를 지속하기 위해 4차 공판으로 변경돼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선 사건의 관할 법원을 이전하는 신청이 받아들여져 다음 재판부터는 3군사령부에서 심리가 진행된다. 다음 재판 기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군 검찰은 지휘관들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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