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천사, 인어 등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소재들이 판타지 장르의 외피에 싸여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톱스타와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의 사랑을 그린 SBS ‘별에서 온 그대’가 판타지 로맨스의 정점을 찍은 가운데 새 작품들도 올해 여름 제2의 ‘별그대’를 목표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는 ‘태왕사신기’와 ‘해를 품은 달’을 잇는 판타지 로맨스 사극 부활의 청신호를 켰다. ‘조선의 퇴마사’를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은 귀신을 보는 왕자, 궁중에 숨어있는 각종 귀물, 부활을 꿈꾸는 이무기 등 신비로운 소재를 등장시키고 있다. 한 편의 판타지 만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을 완성도 높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며 방송 1회 만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KBS 2TV 금요드라마 ‘하이스쿨:러브온’은 인간 세계에 호기심이 많은 천사가 주인공이다. 순수하고 엉뚱한 천사 역은 그동안 스크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온 김새론이 열연 중이다. 기존의 청소년 드라마 장르에 천사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가미해 여름 방학을 맞은 10대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
7일 첫 방송을 앞둔 케이블채널 tvN 새 목요드라마 ‘잉여공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동화 ‘인어공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랑을 찾아 서울로 찾아 온 주인공 인어공주가 취업준비생들이 모여 사는 ‘잉여하우스’에서 생활하며 펼치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세 작품 모두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판타지가 큰 줄기를 이루지만 ‘야경꾼일지’는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와 대립, ‘하이스쿨:러브온’은 입시경쟁에 허덕이는 청소년들, ‘잉여공주’는 낮은 취업률에 가슴앓이하는 청년 등 현실적인 모습을 곳곳에 녹여내 결코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야경꾼일지’의 제작사 래몽래인 관계자는 “판타지의 경우 기술적인 기대치가 다른 장르에 비해 높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 등 영상의 완성도에도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하지만 소재의 기발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