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여름휴가 이후 첫 국무회의에서 가혹행위로 숨진 윤모 일병 사건 가해자와 방조자를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처벌할 것을 지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박 대통령 집권기의 큰 분기점이라고 보면 사실상 집권 2기의 시작이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면서 박 대통령은 세월호 정국에서 빠져나올 계기를 잡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은 리더십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다룬 영화 ‘명량’이 인기를 얻는 데도 그런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이순신의 한산대첩이 화려한 뮤지컬이라면 명량대첩은 비장감이 흐르는 오페라다. 모함에 넘어가 자기에게 고통을 준 임금 앞에 “신(臣)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나이다”라고 고하고 300척이 넘는 왜군에 맞서 싸운 이순신의 리더십에 관객은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참사에서 선장과 선주의 무책임, 정부와 검경의 무능력에 실망한 터라 더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이순신은 자비롭기만 하지 않았다. 그는 두려워 도망가는 병사를 가차 없이 칼로 벴다. 그러나 일벌백계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기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동네 노인으로부터 울돌목(명량)의 거센 물길을 이용하는 것이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적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임을 배웠다. 무엇보다 전투의 선봉에 서서 스스로 ‘사즉생(死則生)’의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장수와 병사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어 놓을 줄 알았다.
박 대통령의 일벌백계 언급에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표를 냈다. 유병언 시신 수사와 관련해 이성한 경찰청장도 물러났다. 책임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일벌백계와 지휘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해경 특공대를 투입해 세월호 선실 구석구석을 뒤지라”고 지시했지만 한 사람도 못 구하지 않았던가. 방법을 알아야 한다. 박 대통령이 이전과는 다른 리더십을 보여야만 세월호를 극복하고 군의 고질병도 없앨 수 있다.
‘명량’에서 울돌목의 거센 물살을 보고 있노라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맹골수도의 물살이 떠오른다. 거기서 안타까운 꽃들이 도움을 기다리다 속절없이 죽어갔다.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의 마음도 편할 날이 없다. 이순신은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부모님도 없고 더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라며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었다. 박 대통령의 충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국민에게 실제 도움을 주는 것이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