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함에 따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상하는 경제정책의 전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밑그림에는 얼어붙은 경제에 빠른 속도로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기업, 가계에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과 증세를 통해 마련한 돈으로 중산층의 체감경기를 회복하는 중장기 정책이 담겼다.
다음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물가상승을 일정 부분 용인하면서 시중에 돈을 풀어 성장률을 높이는 거시경제정책이 추가된다. 재정, 세제, 금융을 통한 ‘경기부양 3종 세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 부진한 경기에 ‘3종 세트’ 부양책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가 세월호 참사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내수 회복세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4월만 해도 58만 명이던 신규 취업자 수는 6월에는 40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3.9%에서 3.7%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정부는 기업에 저리대출을 늘려주는 통상적인 부양책으로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지난달 24일 내놓은 경제정책 방향에서 재정자금 11조7000억 원 등 총 40조7000억 원을 올 하반기(7∼12월)부터 내년까지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에 세금제도를 바꿔 지원하는 자금은 중장기 부양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세제 개편 결과 당장 내년에 늘어나는 세수는 550억 원에 그치지만 2017년에는 1090억 원, 2019년 이후에는 2950억 원의 증세 효과가 나타난다. 이렇게 늘어나는 세수는 정부의 고정적 수입으로 잡혀 중장기 내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런 장단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면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투자가 회복되면서 경제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현재 1%대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소 오를 수 있지만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5∼3.5%)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한 성장세가 이어지면 물가상승이 반영된 ‘명목’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1% 수준에서 내년에는 6%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명목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세수가 2조 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재정건전성에도 도움이 된다.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 발생하면 은행에서 빌린 돈의 가치도 떨어져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금리 인하 폭에 관심
전문가들은 한은이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4개월간 지속해온 금리동결 기조를 깨고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국내에 들어왔던 달러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기 때문에 우리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이때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지금 금리를 낮춰놓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서비스산업 육성, 내수경제 활성화 등 중장기적 전략으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 과정에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근 여러 차례 “최저임금 수준을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현 경제팀의 부양기조가 경제 주체들의 심리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경제 관련 법안이 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대주주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대기업 오너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최 부총리는 이날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만약 그분들(대기업 오너)의 소득을 100억 원 올리려면 몇조 원에 해당하는 배당을 늘려야 한다”며 “그 경우 경제에 몇조 원이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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