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기영]통일 준비, SMART 원칙에 따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8일 03시 00분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부 및 민간위원 50명, 전문위원 31명에 자문단까지 합쳐 150명 규모로 출범했다. 여기에 120개나 되는 시민·직능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역대 정부위원회 중 최대 규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배경과 철학을 가진 이 위원들이 통준위 내에서 ‘소모적 논란’이 아닌 ‘생산적 토론’을 통해 통일시대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놓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초대형 통준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활동목표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영어의 첫머리 글자를 딴 ‘스마트(SMART) 전략’을 운영 지침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통준위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통일 논의의 주춧돌을 놓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통준위에는 정부 측 인사뿐만 아니라 정부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학자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여야 정책위의장도 참여한다. 따라서 통준위 논의를 통해 공론화되고 다듬어진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은 박근혜 정부 이후 단절돼선 안 된다. 지속적 진화를 통해 통일의 자양분으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통준위는 국민 ‘다수의 의견을 결집하는(Majority building)’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좌우 양극에 위치하는 비합리적 통일방안을 배제하고 남북관계의 단기적 부침에 흔들리지 않는, ‘다수가 합의하는 대북·통일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정부가 표방하는 ‘행복한 통일’은 이러한 의견 수렴과 합의 과정을 반드시 필요로 할 것이다.

셋째, 통준위는 시민참여형 조직으로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Accessible)’ 논의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 통일 논의는 정부나 특정 정당, 또는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 누구나가 통일의 비용과 편익을 공유하는 책임과 권리를 확인할 때에만 통일 논의가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통준위에 시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넷째, 통준위는 통일 이후 예상되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해소하는(Resolution of conflicts)’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행복한 통일’은 영토의 확장과 경제대국화라는 하드웨어적 접근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70년 분단의 상처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그 상처들이 곪거나 덧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피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행복한 통일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는 통일 이후 남북한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요소들을 사전에 진단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실천적 연구를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실현 가능하다.

다섯째, 통준위 활동을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통일 준비의 역할을 짊어질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Training of human resources)’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열악한 연구 환경으로 인해 통일 연구자들의 소명의식과 자긍심은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종사자들의 높은 이직률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미리 온 통일’이라고 일컬어지는 탈북 주민들이 통일준비를 위한 예비군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대다수는 이등시민화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따라서 통준위 활동을 통해 통일 연구를 업그레이드하고 탈북 주민들에 대한 포괄적 대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른바 ‘스마트(SMART)’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러한 5가지 활동 목표에 통준위가 어느 정도 합의한다면 위원회의 논의 구조와 활동 결과물 역시 보다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준비된’ 통준위 활동을 기대한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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