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은 솔직히 졸작이죠.” 문화평론가 진중권이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말이다. 모두가 본다고 명작은 아니다. 누군가는 졸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는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단으로 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디워’ 때 그의 평과는 달리 과도한 시비처럼 느껴진다. 영화 같은 대중문화는 팝콘과 콜라를 먹고 마시면서 기분전환으로 감상하는 문화다. 재미있게 보면 그만이지 명작인지 졸작인지 따지는 것 자체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진중권은 명량의 성공이 이순신 덕분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순신 리더십을 갈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그럼에도 ‘성웅 이순신’ 같은 따분한 과거 영화와 비교해보면 영화 덕은 없고 이순신 덕만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명량의 성공은 이순신을 그의 인간적 고뇌까지 담아 형상화한 데다 후반부의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반부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 과잉의 비평가에게는 대중의 눈에는 뻔히 보이는 이런 것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진중권의 비판에는 오히려 그의 비꼬인 심리가 엿보인다. 디워 비판은 한국 사람이 만든 것이니까 무조건 다 칭찬해주고 본다는 식의 맹목적 애국심(쇼비니즘)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 그가 명량에 괜한 시비를 붙는 데서도 영화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 대한 적개심 같은 것이 느껴진다. 모든 애국심이 쇼비니즘은 아니다. 진중권의 시비는 한 번도 건전한 애국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 특유의 심리상태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진중권이 한 말은 아니지만 명량의 성공은 배급사인 CJ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순신도 위대하지만 더 위대한 것은 CJ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CJ의 마케팅이 뛰어난지 영화 개봉 전부터 설모 교사의 명량 해설 강의가 인터넷에 쫙 나돌았다. 개봉 후 영화의 메인관은 다 명량이 잡고 있어 다른 영화는 보고 싶어도 못 볼 지경이라고 한다. 진중권의 반골적 시비조차도 노이즈 마케팅처럼 흡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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