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출 → 내수로 투자 물길 돌려 경제회복 총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정부, 해외투자기업 혜택 축소

정부가 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조치로 풀이된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가 내수 활성화와 국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과거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했던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이 확정되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거둔 이익을 국내로 가져오지 않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수출기업 혜택 줄여 국내 투자 유도

내수 침체의 장기화로 국내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신고액 기준)는 80억8000만 달러로 1분기(1∼3월)보다 10.2% 늘었다. 국내 설비투자가 같은 기간 2.1% 늘어나는 데 그치며 투자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투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구호 아래 해외 진출 기업에 적잖은 혜택을 제공하는 정부 정책의 영향도 컸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수출 대신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정부의 정책기조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투자나 국내 법인 근로자의 임금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은 늘리되 해외 사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축소하고 과세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부동산에 대한 신고 의무를 개인 투자자 수준으로 강화하고 국내 계열사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해외 계열사 배당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한 것도 이 같은 정책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내년부터 기업들은 해외 부동산을 사들일 때 취득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한 차례씩 국세청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해외 부동산 전체 현황과 매각 및 임대 부동산 내용 등 투자운용 명세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더해졌다.

이중 과세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 역시 국내 계열사에 적용하는 배당세액공제제도처럼 손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혜택을 일부 줄였다.

○ “해외 수익 국내로 들여오는 기업 줄어들 것”

기업들은 내수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잇따른 혜택 축소에 우려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로 기업들이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은 3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정부에 법인세를 낼 때 외국에 낸 법인세 일부를 깎아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액은 2012년에는 2조5304억 원, 지난해에는 3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는 이 중 대부분이 상위 5개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국내로 많이 들여와 투자 등에 사용하는 기업일수록 불이익을 받게 되는 만큼 기업들이 해외 이익을 현지에 남겨두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86%에 이르지만 해외 이익 상당 부분을 배당 등의 형태로 국내에 들여오기 때문에 세금의 60% 이상을 국내에서 내고 있다”며 “하지만 세액공제를 축소하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해외 이익의 국내 유입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으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일부 기업과 달리 대기업이라도 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당수 기업은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는 해외에 대형 자회사를 두고 그 밑에 사업 분야별 여러 손자회사를 통해 해외 사업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라며 “손자회사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면 해외 경영 구조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

간접외국납부세액은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나 손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해외에서 낸 세금. 국세청은 이중 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이처럼 배당금을 받은 국내 기업이 법인세를 낼 때 외국 정부에 낸 세금의 일정 비율을 공제함.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홍수용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