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모 씨(41·서울 성동구 금호동)는 전용면적 59m²짜리 아파트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1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하자 아예 집을 사기로 했다. 하지만 매매와 전세 사이에서 고민하던 2년 전에 비해 가격이 6000만 원 정도 올라 깜짝 놀랐다. 조 씨는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소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대출 규제가 많이 완화된 데다 이자도 높지 않아서 비싼 월세를 내느니 매매로 갈아타는 편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소형 주택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규제 완화책 덕분에 소형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데다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서울 지역의 전용 60m² 이하 아파트 가격은 3.3m²당 평균 1455만 원으로 역대 최고가인 2009년 시세(1564만 원)의 93%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아파트는 소형 아파트에 비해 가격 회복 속도가 느렸다. 전용 60∼85m²인 중형 아파트의 3.3m²당 평균 가격은 1505만 원으로 2009년 최고가(1656만 원)의 90.9%, 85m² 초과는 1886만 원으로 2007년 최고가(2269만 원)의 83.1%까지 회복되는 데 그쳤다.
5150채 규모 대단지인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의 소형(전용면적 59.94m²) 주택은 현재 평균 시세(4억1500만 원)가 역대 최고가인 2011년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중형(84.88m²)과 대형(114.88m²)은 최고점 대비 80%대에 머물러 있다.
중구를 비롯해 서대문구, 동작구, 은평구, 종로구, 동대문구, 성동구 등 서울 도심과 가까운 비강남권 7개구의 전용 60m² 이하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역대 최고가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성동구의 60m² 아파트는 3.3m²당 1580만 원으로 직전 고점인 2013년(1559만 원) 대비 1.35% 상승하기도 했다. 종로구를 제외한 6개 구에선 2, 3년 전부터 소형 아파트의 3.3m²당 가격이 중형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소형 주택 가격의 오름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은 불황기에 보이는 ‘실속 소비 트렌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1, 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형 주택 수요 증가, 발코니 확장 등으로 중형 못지않게 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된 설계의 진화 등이 복합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지원 정책이 주로 소형 주택에 집중되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에 비해 강북에서 소형 주택이 많이 오른 것은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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