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추인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는 오후 3시부터 4시간 반 동안 비공개 마라톤 회의로 이어졌다. 전체 의원 130명 가운데 9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대표직을 내놓은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는 불참했다. 이날 의총은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의 추인을 거부했다. 강경파의 목소리에 여야 합의안은 백지가 돼버렸다.
○ 박영선, “협상하는 사람의 고충 있어”
박 위원장은 의총 시작 직전에 연단에 서서 “상의를 하지 않고 합의를 발표한 것을 양해해 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 증인 등 세부 내용까지 합의돼야 협상이 끝나는 이른바 ‘패키지 딜’이 진행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타결을 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협상하는 사람으로서 고충이 있다”며 “추가 협상 기회를 주면 사실상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성과를 내겠다”라고 강조했다.
○ 강경파, “깃발이 중요해”
박 위원장의 모두발언 이후 곧바로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발언자 28명 가운데 20명 정도가 재협상을 주장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정청래 의원은 “중요한 것은 유가족과 국민적 지지 및 동의 여부”라며 “디테일(세부 협상 내용)보다 깃발(선명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재협상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한 강기정 김영환 은수미 최민희 의원 등도 재협상론에 가세했다. “7·30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세월호 유족들의 의견에 귀를 닫았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여당과의 합의 내용을 뒤집는 데 따른 더 큰 역풍이 우려스럽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황주홍 의원은 “양당 대표들의 공식 합의였고, 본회의 통과일까지 발표됐다. 판을 깬다고 여당이 들어줄 리도 없을 것”이라며 당내 재협상 요구를 비판했다. 김성곤 박지원 의원 등은 “추가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자”고 절충안을 냈다. 하지만 강경파의 목소리를 넘지는 못했다. 황 의원은 의원총회 뒤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박 위원장이 ‘투쟁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고 선언하며 내놓은 첫 작품에 대해 동료 강경파들이 벌 떼처럼 대들고 있다”며 “7·30 재·보선 참패 뒤 더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기존 합의는 무효 아니다” vs “말장난하나”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기존 합의는 무효가 아니다. ‘재협상’ 대신 ‘다시 협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총장을 나오는 의원들은 대부분 “사실상 재협상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조차 “합의문을 백지화한 것이 분명한데도 말장난하나”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박 위원장이 진전된 협상안을 들고 오면 의총을 다시 열어 추인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합의안을 뒤집은 재협상에 반대하고 있어 진전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내에선 이번 의총을 지켜보면서 강경파에 휘둘려 이도저도 못한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떠오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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