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짧은 휴전’을 중재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난제(難題)’를 풀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주요 언론의 분석은 냉담하다. 미국 CNN과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최근 “이집트가 중재 역할을 자국의 이익에 활용하고 있다”며 “‘선의의 중재자(honest broker)’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집트의 중재로 11일 0시 1분(한국 시간 11일 오전 6시 1분)부터 2차 72시간 휴전에 돌입했다. 양측은 5일에도 1차 72시간 휴전에 합의한 뒤 장기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1차 휴전 종료 후 교전이 다시 격화하는 듯했지만 이집트의 끈질긴 중재로 이번에 2차 휴전이 성사된 것이다.
이집트는 사실상 이번 중재 역할에 올인(다걸기)하는 모양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유일한 아랍 국가다. 또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선의의 중재자’가 될 수 있는 지리적 외교적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그러나 CNN은 “이집트는 이번 중재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분석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방장관 시절 쿠데타를 일으킨 뒤 집권했다. 쿠데타 과정에서 전 정권의 최대 지지 기반인 ‘무슬림 형제단’의 반발에 부닥쳐 대규모 유혈 사태를 내기도 했다. 무슬림 형제단을 지지하는 다른 아랍 국가들과 사이가 멀어졌고, 군부의 유혈 사태 야기를 이유로 미국의 군사 지원도 끊겼다. 쿠데타 과정에서 관광산업은 붕괴했고, 외환 보유액이 급감하면서 국가 경제가 파탄 직전으로 몰렸다.
시시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골칫거리’인 이스라엘-하마스 간 중재를 맡으면서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미 올 6월과 7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집트 카이로를 찾아 시시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이집트 경제를 복구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도 지원받을 수도 있다. 현재 이집트는 IMF와 48억 달러(약 4조896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중단시킨다면 무슬림 형제단 축출로 멀어졌던 터키 이란 카타르 등 아랍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도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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