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란음모든 선동이든, 이석기는 국가전복 획책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선동행위를 한 것이 유죄로 인정됐다. 어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9부는 이 의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유죄를 인정했으나 내란음모죄에 대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하고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5월 서울 합정동 회합 등의 참석자 130여 명에게 전쟁 시 대한민국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주요 기간시설 파괴를 포함한 “정치·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야 할 현직 국회의원의 주도 아래 정당의 모임에서 내란선동죄 등을 저지른 것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매우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민주 체제 파괴 기도에 대한 단죄(斷罪)에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내란음모죄가 무죄로 난 것은 검찰이 RO(혁명조직)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탓이 크다. 재판부는 이들의 평택 유류저장소, 서울 혜화동 KT지사 습격 등은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고 본 것 같다. 그러나 내란음모가 무죄라고 해서 자유민주 체제를 훼손하려는 행위의 위험성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 의원 등이 국헌(國憲)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선동한 내란선동죄도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재판부는 명백히 했다. 다만 폭동 행위의 실행에 이르는 조직적 합의를 입증하지 못했을 뿐이다.

법원이 이 의원 세력의 범행의 실질적 위험성과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내란음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진당 측은 벌써부터 “내란음모가 무죄면 선동도 무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증거법칙에 의한 입증 부족으로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가 된 것일 뿐 결코 피고인들의 행위에 아무 잘못이 없어 무죄가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못 박았다. 검찰은 상고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보강해 반드시 다퉈 봐야 할 것이다.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민주 체제를 폭력적으로 뒤엎을 자유를 허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해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하려는 세력까지 용인할 수도 없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 지도자들은 이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지만 체제파괴 세력에 대한 안이한 자세가 이석기 같은 사람을 국회까지 진출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항소심에서도 이 의원에게 중형이 선고된 만큼 여야는 몇 개월째 국회 윤리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이 의원 제명 징계안에 대한 심사를 서둘러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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