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제주에 국내 첫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의료산업 육성 정책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또 ‘의료 한류(韓流)’를 일으키기 위해 ‘국제의료 특별법’을 만들고 2017년까지 한 해 50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자(子)법인 부대사업 확대 방안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과 국제의료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해 ‘의료 영리화’라며 반대하고 있어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투자개방형 병원 12년 만에 첫 결실
정부는 12일 발표한 유망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중국 싼얼병원의 제주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승인 여부를 9월에 확정하기로 했다. 싼얼병원은 중국계 ‘톈진화예(天津華業)그룹’이 운영하는 국제병원으로 지난해 2월 사업승인을 신청했으나 보건복지부는 불법 줄기세포 시술 우려와 응급의료체계 미흡을 이유로 승인을 보류한 바 있다.
병원 설립의 최종 허가권을 갖고 있는 제주도는 싼얼병원이 줄기세포 시술 계획을 철회하고 제주 현지병원과 응급의료 관련 협약을 맺은 만큼 걸림돌이 모두 해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싼얼병원이 들어서면 500억 원의 투자 유치와 1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싼얼병원이 설립되면 정부의 투자개방형 병원 정책은 12년 만에 첫 결실을 맺게 된다. 정부는 2002년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이익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한 규제를 특별자치도인 제주 수준으로 완화해 주기로 하면서 인천 송도 등에서도 투자개방형 병원 유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특별법으로 의료관광 육성
이번 대책에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담겼다. 내년 상반기에 국제의료 특별법을 제정해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광고와 국내 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해외 환자 유치 및 해외 진출 의료기관은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의료특허를 가진 의과대학들이 기술지주회사를 만들어 의료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을 허용하고 건강기능식품 개발 등 의료기관 자법인의 수익사업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건강정보 보호 및 활용 법률’ 제정도 추진해 병원을 옮기는 환자가 기존 병원에서 받은 각종 진료정보를 다른 병원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계와 전문가들은 의료산업 선진화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을 환영했다. 윤영설 연세의료원 국제협력처 차장은 “한국의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환자 관리가 세계 정상 수준인 만큼 해외 진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병원이 환자의 의료정보를 주고받도록 함으로써 고객정보를 자의적으로 활용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싼얼병원이 국내에서는 금지된 줄기세포 시술로 성장한 소형 병원이라 투자개방형 병원 유치의 목표인 의료산업 선진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진기남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싼얼병원에서 환자에게 중국행을 유도하는 행위를 막을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송도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투자개방형 병원 수요가 적은 만큼 서울 인근에 의료특구를 지정하는 등 좀 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창진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다양한 자본이 들어와 의료산업을 발전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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