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직속 참모마저… 女의원들, 박영선에 ‘反旗’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세월호법 합의파기 후폭풍]재협상 성명 44명중 12명이 여성
직접 지시받는 원내대변인 동참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의 추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를 하루 앞둔 10일 저녁. 당내 강경파 의원 44명은 “재협상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계파별, 성향별로 보면 친노(친노무현)계, 범친노 그룹인 정세균 의원계, 초·재선 강경파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여성 의원이 12명이나 된다.

새정치연합 여성 의원은 전체 130명 가운데 25명. 여성 의원 2명 중 한 명꼴로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정당 사상 첫 교섭단체 여성 원내대표이자 7·30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의 재건 작업을 주도하는 박 위원장에게 ‘여성 동지’들이 등을 돌린 셈이다.

일부 강경파 여성 의원들은 주말 내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성명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했다. 초·재선 강경파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에 속해 있는 배재정 유은혜 은수미 의원은 초·재선 그룹과 호남 지역 의원들을 맡았다. 김상희 의원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특히 유 의원은 박 위원장이 이끄는 원내지도부 소속 원내대변인이다. 직속 부관이 직속상관의 결단을 비판하는 선봉에 선 모양새가 되자 당내에선 “하극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 시절에도 지도부 일원인 신경민 우원식 최고위원이 초·재선 강경그룹과 행보를 함께하면서 대표 책임론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2012년 총선 공천이 친노 중심으로 이뤄져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 절반(21명 중 11명)을 차지하는 여성 의원들이 강경파에 속할 수밖에 없다”며 “정당은 시민단체가 아닌데, 유가족을 설득하기는커녕 유가족을 내세워 협상을 깨자고 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이에 대해 김상희 의원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유은혜 의원은 “박 위원장의 협상이 의미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유가족의 양해는 있어야 했다”고 했다. 배재정 은수미 의원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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