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발견된 매실밭 250m 앞 도로, 지팡이 짚은 백발노인 걸어가
兪 확인되면 사망시점 유력단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이 전남 순천시 서면의 ‘숲속의 추억’ 별장을 벗어난 뒤 인근을 헤매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12일 처음으로 확인됐다. CCTV에 촬영된 장소는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에서 불과 2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며 촬영된 시점은 5월 29일 오전 11시 반경이다.
유 전 회장은 5월 26일경 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될 뿐 6월 12일 매실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의 과정은 베일에 가려 있었다. 화면 속 노인이 유 전 회장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밝힐 유력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동영상은 보존기간인 한 달이 지나 자동 삭제된 것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최근 복원해낸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단독 입수한 8초 분량의 흑백 CCTV 영상에는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백발의 노인이 ‘숲속의 추억’ 별장에서 약 2.6km 떨어진 학구 삼거리 인근 T스틸 공장 뒤편 도로를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노인은 왼손에 끈이 달린 가방을 들고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다리를 절고 있어 그동안 알려진 유 전 회장의 인상착의와 일치한다.
이 노인이 걸어간 방향에는 실개천과 어른 1명이 건널 수 있는 크기의 다리가 나오고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매실농장으로 이어진다. 경찰은 동영상 속 노인의 옷차림 등이 유 전 회장과 흡사하고 시신 발견 장소와 가깝다는 점에서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동영상 속 노인이 유 전 회장일 경우 그는 5월 26일경 별장 비밀공간을 빠져나와 계곡을 따라 이동한 뒤 29일 오전 매실밭 인근으로 발길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의 사망 추정 시점도 29일 오전 이후로 특정될 수 있다.
다만 이 CCTV 영상은 흑백인 데다 화질이 나빠 영상 속 인물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영상을 정밀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경찰에 “판독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경찰은 주변의 CCTV 화면을 추가로 확보해 영상 속 인물의 동선과 인상착의를 대조해 유 전 회장인지를 최종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유 전 회장 시신 옆에 있던 천가방에 들어 있던 열매 19개가 청미래덩굴 열매인 망개나무 열매 16개, 매실씨앗 3개라는 국과수의 감식 결과를 통보받았다. 유 전 회장이 도주하던 중 배가 고파 이들 열매와 씨앗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또 유 전 회장이 갖고 다녔던 지팡이는 매실나무 가지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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