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시복식과 18일 명동대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이 에콰도르산 장미 5000송이로 꾸며진다.
니콜라스 트루히요 뉼린 주한 에콰도르대사는 12일 본보에 “명동성당에 평화의 상징으로 4000송이, 시복식에 우정의 상징으로 1000송이의 장미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를 출발한 장미 6000송이는 대한항공 특별 화물기 편으로 11일 오후 서울에 도착했다. 이 중 5000송이는 광화문광장 시복식에선 제단과 그 주변 장식에, 명동성당 미사에선 제단과 실내 장식에 각각 쓰이고 나머지 1000송이는 프레스센터와 주교단이 머물 호텔에 장식된다. 장미에 곁들일 장식용 꽃 리시마키아 1000묶음도 함께 공수됐다. 에콰도르 정부는 꽃뿐만 아니라 운송, 보관, 장식비용까지 모두 부담한다.
‘특별 공수’된 장미는 에콰도르 타바쿤도 지역 농장에서 생산된 9가지 품종이다. 백장미와 분홍, 주황빛이 은은히 감도는 장미가 주종을 이룬다. 새빨간 장미는 없다. 색깔은 바티칸 교황청이 직접 골랐는데 화려한 빨간 장미 대신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위주로 택했다는 후문이다.
머나먼 남미에서 꽃을 협찬한 데는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에콰도르 국민의 95%가 가톨릭 신자다. 에콰도르산 장미는 특유의 기후와 토양 덕에 꽃이 크고 줄기가 굵으며 색이 선명해 고급으로 인정받는다. 뉼린 대사는 “4월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 시성식에 3만 송이, 2011년 모나코 알베르 왕자 결혼식에도 수천 송이가 쓰였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에콰도르산 장미는 VIP 행사용으로 주로 쓰이는 고가 화훼다. 호텔 꽃집에서 송이당 1만∼1만5000원에 팔린다. 칠레나 페루와 달리 에콰도르는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지 않아 더 비싸다. 에콰도르 정부가 한국-에콰도르 FTA 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도 기증의 고려 요소였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사관 관계자는 “성(姓)도 코레아(Correa)인 대통령의 한국 사랑이 각별하다”고 했다.
장미는 현지 농장에서 10일 오전(현지 시간) 수확돼 미국 마이애미를 경유하는 30시간의 운송을 거쳤다. 에콰도르대사관 관계자는 “사용된 장미는 행사 후 서울대교구에서 참석자에게 한 송이씩 나눠줄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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