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학자 가운데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하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저를 계기로 앞으로 많은 여성들이 수학계에 진출했으면 좋겠습니다.”
13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서울 ICM)’에서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받은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37)는 남성이 주도한 수학 분야에서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란 출신의 미국 수학자인 그는 이슬람권 여성 수학자 중 처음으로 세계수학자대회 기조강연자로 초청받기도 했다.
사실 미르자카니 교수가 어린 시절부터 수학에 흥미를 품었던 것은 아니다. 12세 무렵에는 스스로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해 수학을 싫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를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해 수학에 빠지게 됐다.
그는 “수학을 잘하는 비결은 재능보다는 자신감”이라며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이 많은데 부모와 교사가 수학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수학 변방 브라질이 맺은 결실, 아르투르 아빌라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석학연구원(35)은 북미나 유럽 등 수학 선진국이 아닌 국가(브라질)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첫 필즈상 수상자다. 브라질 출신인 그는 1995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IMO 금메달을 차지하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후 고등학생 때 브라질의 연구기관인 ‘순수응용수학원(IMPA)’에 들어가 21세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번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브라질 국민들이 축구선수가 되는 것만큼이나 수학자가 되는 것을 좋은 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빌라 연구원의 수상은 수학 선진국이 아닌 브라질의 수학 교육이 맺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수학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브라질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제 수학계에서 ‘변방’으로 불리던 나라였다. 옛 소련 해체 이후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찾던 동유럽권 수학자를 받아들이면서 브라질의 수학 수준이 크게 올랐다. 특히 아빌라 연구원이 학위를 받은 IMPA는 수학 영재들이 세계적인 수학자와 함께 연구하면서 수학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 필요한 방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 루빅큐브에서 영감받아 정수론 문제 해결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40)는 장난감 ‘루빅큐브’에서 영감을 받아 18세기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의 연산법칙 연구를 확장한 공로로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인도계인 그는 인도의 전통 타악기인 ‘타블라’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 적부터 타블라의 세계적 권위자에게 배웠으며 한때 타블라 연주자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가가 되면 수학을 공부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한다.
바르가바 교수는 “음악가가 음악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처럼 수학자도 수학에서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수학을 연구한다”면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찾다 보니 수학 난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를 대학생 시절부터 지켜본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는 “학부 때부터 수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저널에 논문을 싣고, 어려운 문제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고 평가했다.
○ 벤처기업 운영하는 다재다능한 수학자
조국 오스트리아에 첫 번째 필즈상을 안긴 마틴 헤어러 영국 워릭대 교수(38)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수학을 연구하는 수학자 집안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했던 그는 요리를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조차 수학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께서 수학 공부를 강요하신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만 궁금한 점을 아버지께 물으면 그때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넓은 수학의 세계를 가르쳐 주셨답니다. 이러한 조언들이 지금의 제가 있게 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헤어러 교수는 ‘아마데우스’라는 음악 편집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기도 하다. 지금도 수학 연구와 함께 ‘헤어러소프트’라는 회사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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