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 기도문이 아니다. 짓궂은 프로야구 팬들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꼴찌 팀 이름에서 앞글자만 따서 부르는 표현이다. 이 세 팀(LG, 롯데, KIA)을 한데 묶어 ‘엘롯기 동맹’이라고 부르는 야구팬도 적지 않다.
이 동맹이 흥미로운 건 나란히 성적이 나쁠 때는 있어도 다 같이 성적이 좋을 때는 없었다는 점이다. 1982년 프로야구를 시작한 뒤로 이 세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최고 인기 구단 자리를 두고 다투는 세 팀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올 시즌에도 이 세 팀은 4위 한 자리를 두고 두산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4위 롯데, 5위 LG, 7위 KIA로 순위는 갈렸지만 4위와 7위 간 승차는 2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연승과 연패가 엇갈리면 언제든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
13일까지 세 팀이 보여주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1위 삼성에 유독 약하다는 것이다. 세 팀 성적을 더하면 승률 0.457(132승 2무 157패)이지만 삼성을 상대로는 0.273(9승 24패)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이 2위 넥센과 7경기 차나 나는 이유가 엘롯기 상대 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위 두산은 삼성에 6승 5패(승률 0.545)로 앞서 있어 여유가 있는 편이다.
결국 이 네 팀의 4강 싸움 결과는 앞으로 삼성 상대 전적에 따라 판가름 날 확률이 높다. 엘롯기 세 팀은 앞으로도 계속 삼성에 밀리면 4강에서 멀어질 것이고 이기면 4위 자리에 가까워질 것이다. 두산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KIA는 4강 경쟁에서 가장 유리하면서 가장 불리한 팀이다. 삼성과 9경기(2승 7패)밖에 치르지 않아 아직도 7경기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롯데는 이미 삼성과 13경기(4승 9패)나 치러 남은 3경기를 모두 패해도 내상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은 16일부터 LG, KIA, 두산을 연달아 만난다. 그 다음 일정은 SK에 이어 롯데, 그리고 다시 두산이다. 진짜 가을을 앞두고 가을야구 초대권 확보 전쟁도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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