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용서 받고 싶은 그 마음으로 상대를 용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한국에 온 교황]첫 미사 강론
교황청대사관서 약 4분간 강론, 역지사지의 마음 수차례 강조
일반 신자 6명 등 20명만 참석… 교황의 짐은 가방 2개가 전부

서류가방 직접 들고… 머리에 손 얹어 축복… 아기 손 꼭 잡아주고… 운전기사에게 인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도착한 교황은 첫인사부터 소탈했다. ①검은색 서류가방을 직접 들고 차에서 내린 교황은 ②무릎을 꿇은 이에게는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을 주고 ③아기의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다. ④자신의 차를 운전한 기사에게도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김헬렌 씨 제공 동영상 캡처
서류가방 직접 들고… 머리에 손 얹어 축복… 아기 손 꼭 잡아주고… 운전기사에게 인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도착한 교황은 첫인사부터 소탈했다. 검은색 서류가방을 직접 들고 차에서 내린 교황은 무릎을 꿇은 이에게는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을 주고 아기의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다. 자신의 차를 운전한 기사에게도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김헬렌 씨 제공 동영상 캡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첫 미사의 주제는 “용서하라”였다.

교황은 14일 낮 12시경부터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주한 교황청대사관 1층 소성당에서 첫 개인 미사를 드렸다. 교황은 이 미사에서 이탈리아어로 약 4분 동안 강론했다. 이날 미사의 복음 말씀은 성경 중에서도 “몇 번이나 남을 용서해야 하느냐”고 묻는 제자들에게 예수가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답하는 구절이었다.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강론 음성파일에서 교황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용서를 청할 때, 또는 용서를 청하지 않을 때라도 내가 얼마나 용서를 받고 싶어 하는지 그것을 생각하면서 용서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용서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용서해야 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강조한 것이다. 교황은 또 “하느님은 우리를 조건 없이, 잣대를 재지 않고 용서해 주신다”며 “잣대 없이 용서하는 마음, 그리고 그 은총을 우리에게도 내려주시기를 청한다”고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교황께서 오랜 비행 때문인지 초반에는 다소 피곤한 기색도 있었지만 강론을 하시면서 점점 청년 같은 목소리와 태도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미사는 약 40분 동안 진행됐으며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미사 예식을 드렸다. 교황의 강론은 한국어로 통역됐다. 교황의 개인 미사에는 일반 신자 6명과 대사관 직원 등 20명만 참석했다. 성당은 전체 규모가 20석이 채 안 된다.

교황은 오전 11시 반경 대사관에 쏘울 자동차로 도착했다. 검은 가방을 왼손으로 직접 들고 차에서 내린 교황은 마당에서 기다리던 직원 및 신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교황 앞에 무릎을 꿇는 사람에게는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해 주기도 했다. 아버지 품에 안긴 갓난아기를 보자 미소를 지으며 아기의 손을 잡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가톨릭 신자 신혜선 씨(58)는 “‘할아버지 신부님’을 뵙는 것처럼 따뜻했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 집안 어른을 맞이하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교황님을 만났다”고 전했다.

교황의 겸손하고 소탈한 면모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은 마당에서 신도들과의 인사가 끝난 직후였다.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려던 교황은 쏘울 차량의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봤다. 교황은 방향을 틀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운전기사가 허리 굽혀 인사하며 손을 잡자 교황도 함께 허리를 숙였다.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는 교황의 뒤를 작은 짐가방 두 개를 든 교황청 관계자가 따랐다. 검은 서류가방과 작은 짐가방 두 개가 교황이 방한을 위해 챙겨 온 전부였다.

▼ 첫 미사 강론 요약 ▼

용서할 때 기준이 뭐냐, 기준 없이 용서하는 것, 이것이 하느님의 첫 번째 가르침입니다.
두 번째도 마찬가집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아무 조건 없이 용서해 주신다면 우리는 또 어떻게 남을 용서해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용서해야 하는 기준은 바로 우리가 용서를 받고 싶은 그 마음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조건 없이 잣대를 재지 않고 용서해 주십니다. 우리 역시 우리가 용서를 받고 싶어 하는 그것이 바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용서를 청할 때, 심지어 용서를 청하지 않을 때라도 내가 얼마나 용서를 받고 싶어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용서를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 기준 없이, 잣대로 재는 법 없이 용서해 주시는 그 용서의 마음, 그리고 그 은총을 우리에게도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프란치스코#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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