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제병판 쓰니 며칠째 불량품… 기존 것 사용하니 멀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6일 03시 00분


시복식 제병 18만개 만든 가르멜女수도원 ‘기이한 경험’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서 신도들은 특별한 제병(祭餠·사진)을 맛보게 된다. 제병은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얇고 작은 원 모양의 밀가루 빵인데 이번 행사에 쓰이는 제병은 모두 18만 개다.

시복미사에 사용되는 특별 제병은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55길에 있는 가르멜여자수도원 소속 수녀 20여 명이 만들었다. 이 수도원은 한번 들어가면 평생 바깥출입을 삼가는 완전봉쇄수도원이다.

제병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편 뒤 익힌다. 이를 제병판에 담아 습도가 높은 제병기에 넣어 천천히 식힌다. 이 과정을 ‘제병을 녹인다’라고 표현하는데, 녹인 제병이 적당히 눅눅해졌을 때 원 모양의 틀로 찍어내면 완성된다.

봉쇄수도원 특성상 이름 공개를 꺼린 원장 수녀는 15일 “교황 미사 때 쓸 대형 제병을 만들면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교황 미사에 쓰이는 만큼) 가장 좋은 제병판을 썼어요. 그런데 이 제병판으로 제병을 녹이니 제병 상태가 좋지 않게 변하더군요. 며칠째 노력해도 안돼 평소에 쓰던 제병판을 이용했는데 그제야 아주 하얗고 깨끗한 제병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순간 ‘우리 교황님이 바로 이런 분’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분의 소박함 때문인지 최고급 제병판이 아닌 일반 제병판으로 오히려 좋은 제병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교황방한위원회는 시복미사 영성체 때 제병 18만 개를 나눠줄 성체 분배 봉사자로 성직자 200명과 평신도 700명을 선발해 두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제병판#시복식#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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