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대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5만 참가자 흰 손수건 흔들며 환영… “존엄성 모독 죽음문화 배척” 강론
15일 오전 10시 20분경 프란치스코 교황이 무개차를 타고 대전월드컵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5만 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연호하며 환영했다.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위해 대전 충청 지역은 물론이고 멀리 제주에서까지 온 신도들이었다.
교황은 무개차를 타고 경기장 트랙을 천천히 돌며 평신도들과 한층 가까이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였고, 신도들은 ‘당신과 함께 예수님을 따릅니다!’라는 글귀와 교황의 얼굴이 그려진 흰 손수건을 일제히 흔들었다. 한 신도가 자신의 아이를 교황에게 내어 보이자 교황은 무개차를 잠시 세운 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춰 주었다. 교황은 이날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아이를 포함해 신자들에게 축복을 주기 위해 8번이나 멈춰섰다.
교황이 10시 35분부터 15분가량 경기장 1층 제의실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는 동안 행사장엔 침묵이 흘렀다. 신도들은 교황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줄 알았다가 뒤늦게 세월호 관계자를 만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역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많은 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10시 50분경 성가 ‘서로 사랑하십시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미사가 시작됐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한 강론에서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모승천대축일은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1월 1일), 예수 부활 대축일(매년 날짜가 바뀜), 예수성탄대축일(12월 25일)과 함께 가톨릭교회의 4대 의무 축일이다.
교황의 이날 강론은 성모 승천의 의미와 그리스도인의 자유, 젊은 세대를 위한 희망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교황은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 마리아에게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단순히 죄에서 벗어나는 일보다는 더 크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그 자유의 의미는 사회의 모든 영역의 정신적 쇄신을 낳는 것이다. 교황은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했다.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과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할 것도 강조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년들을 위한 관심을 촉구해 온 교황은 절망에 빠진 젊은 세대를 도울 해법으로 복음이 제시하는 희망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이들이 외적으로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사회 속에서 성장해 절망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를 마친 뒤 퇴장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자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고 강복한 뒤 행사장을 떠났다. 교황은 대전가톨릭대 구내식당에서 아시아 17개국 청년대표 20명과 오찬을 가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