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출국 직전 갖는 방한 마지막 행사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맨 앞자리에 초대됐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는 18일 오전 9시 45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이 미사에 “총 1000명이 초청된 가운데 김군자 김복동 강일출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 그리고 경남 창원에서 올라오는 할머니 2명까지 모두 7명을 제대(祭臺)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모신다”고 17일 밝혔다. 고령인 할머니들이 휠체어를 타고 올 것을 고려해 앞줄 긴 의자를 빼서 발치에 넉넉하게 공간을 마련했다.
방한위는 “교황이 성당에 들어와 제대로 들어가는 길에 할머니들 옆을 지나며 인사를 나눌 것 같다. 강론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에 사는 이용수 할머니는 세례명이 비비안나로 요즘도 매주 성당에 나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15세 때 일본군에 끌려간 이 할머니는 30년 전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통해 얻은 용기로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했다. 할머니들은 교황에게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못다 핀 꽃’ 그림 액자를 선물하고 편지도 전달할 예정이다.
교황이 집전하는 이 미사는 일반 미사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교황은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성지에서 진행된 아시아주교단과의 만남에서 북한 중국 등 교황청과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은 국가들에 대한 관개 개선 의지를 밝혀 미사에서 구체적인 메시지를 보낼지도 주목되고 있다.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교황이 미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밝힐지는 알 수 없다”며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내용을 포함해 다양한 메시지가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우리 사회 갈등과 대립으로 고통 받아 평화와 화해가 절실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용산 참사 철거민 가족,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등도 3명씩 참석한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도 함께한다. 분단국인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 새터민, 납북자 가족, 북한 평양 함흥 원산교구에서 서품을 받거나 활동한 사제와 수녀, 신자들도 초청됐다. 16일 북한을 거쳐 육로로 입국한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추진회 관계자도 참석한다.
불교와 개신교 등 국내 12개 종단 지도자와 한국의 평화를 위해 일한 메리놀 수도회, 한국 카리타스, 가톨릭노동장년회, 가톨릭농민회 회원들도 초청자 명단에 포함됐다.
또 중고등학생 50명, 묵묵히 사회를 위해 일하는 환경미화원, 경찰 등도 함께 미사를 드린다. 자리 배치에 대해 방준위 관계자는 “위안부 할머니, 장애인,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 분들이 교황과 가까운 자리에 앉고 천주교계 인사들은 그분들보다 뒤에, 가장자리에 앉을 예정”이라며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은 뒤늦게 초청이 결정돼 뒷자리에 배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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