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을 달랬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해 전남 진도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에게 위로 편지와 교황 문장이 새겨진 묵주 10개를 선물했다.
교황은 17일 오전 7시 세월호 유족인 이호진 씨(56)의 세례식이 끝난 뒤 자필로 서명한 한글 편지를 세례식에 배석한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인 김건태 신부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김 신부의 손을 꼭 잡고 “위로의 마음을 (팽목항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꼭 전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에는 4박 5일간의 바쁜 일정 탓에 팽목항을 찾지 못한 ‘미안함’과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교황은 편지에서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황이 실종자 가족에게 편지를 남긴 것은 교황방한위원회 측에서도 예상 못했던 일이다.
이에 앞서 실종자 가족들은 “남은 실종자를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교황에게 보냈다. 답신 성격의 교황 편지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실종자 권재근 씨의 형 권오복 씨(59)는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직접 편지에 남겨주셔서 감동받았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우리를 잊지 않고 위로의 마음을 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교황이 남긴 편지와 묵주는 19일 오후 김 신부가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함께 팽목항을 찾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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