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남긴 메시지]교황 ‘섬김의 리더십’ 큰 울림
방한 내내 소외된 사람들 보듬어… 사회갈등-경제 불평등 해소 강조
교황이 우리를 찾아오기 전 설렘보다 떠난 이후 울림이 더 큰 이유는 방한 내내 그가 보여준 진정성과 낮은 자세 때문일 것이다. 교황은 가장 소외된 이웃을 어루만지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화합과 치유에 나섰다.
교황은 방한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챙겼다. 유가족을 공식 행사에 초청하고 노란 리본을 공식 행사에서 계속 달고 광화문 시복식 때 특별히 차에서 내려 유가족을 위로하고 1명에게 세례를 줬다. 18일 서울 명동대성당 미사에는 갈등이 첨예했던 쌍용차 해고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을 초청했다. 교황은 구체적인 말 한마디 없이 화해와 갈등 해결의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진 셈이다.
하지만 교황이 전한 화해와 협력의 가르침은 정치권에서 또 다른 정쟁의 수사(修辭)로 전락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18일 “청와대가 외면한 사회문제, 정치가 외면한 사회적 약자를 교황이 안아주었다”며 “이제 정치가 화답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즉시 응답하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교황은 바티칸으로 돌아가지만 새누리당은 화해와 평화의 노력을 경주해 19일까지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교황이 약자와 빈자에게 다가가는 것은 서번트(servant) 리더십”이라며 “반면 한국의 지도자들은 말로는 국민을 섬기고 위한다고 하면서 국민을 무시하니 더욱 대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부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교황의 관심과 언급도 적지 않았다. 그는 방한 기간 에 ‘물질주의의 유혹과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라’ ‘경제 불평등과 이기주의 물질주의를 배척하라’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 협력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 없는 정치, 협력 없는 경제가 곧 재난임을 깨달으라는 가르침이었다. 교황은 18일 명동대성당에서의 마지막 미사에서 “온 민족이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간청을 하늘로 올릴 때 그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을 지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교황이 첫 미사와 마지막 미사에서 강조한 ‘용서와 화해’에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반응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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