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세돌, 韓中日 ‘바둑 삼국지’ 천하통일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결승서 日고노린 대마잡고 불계승
통산 17번째 세계정상 올라

이세돌 9단(왼쪽)이 1년 9개월 만에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고노린 9단에게 승리해 세계대회에서 17번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국기원 제공

이세돌 9단(31)은 요즘 자주 진다. 때로는 신인들에게 덜미를 잡히기도 하고, 실수로 이긴 바둑을 놓치기도 한다. 집중력이 예전만 못하지만 누구도 그의 최정상급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상금이 크게 걸린 대회나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다. 프로다운 프로라고나 할까.

무딘 날의 명검 이창호 9단과는 결이 다르다. 그의 칼은 날래다. 바둑판에서 불리하다 싶으면 판을 휘저으며 국면을 뒤흔든다. 오죽하면 자신의 책 제목도 ‘판을 엎어라’일까. 그 휘젓기는 수읽기와 배짱을 가미한 것이어서 상대의 불안을 건드린다. 상대방은 물러서야 할 때인지, 싸워야 할 때인지 고민하다 이세돌의 의도대로 움직여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구리(古力) 같은 강자도 휘둘린다. 구리와 10번기에서도 현재 4승 2패로 앞서 나가고 있다.

이세돌은 무관이 된 지 한 달 만인 올해 1월 바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석 달 뒤 맥심커피배에서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세계타이틀. 2012년 12월 삼성화재배 타이틀을 따낸 뒤에는 아직 세계대회 타이틀을 따지 못했다. 이번에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 올라 그 기회를 잡았다. 한중일 3국 속기전 우승자와 준우승자 6명, 전기 우승자 등 7명이 겨루는 세계대회.

이세돌은 바둑왕전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해 1차전에서 중국의 신예 타오신란(陶欣然·20) 5단에 이어 준결승전에서 지난 대회 우승자인 일본의 이야마 유타(井山裕太·25) 9단마저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이야마는 일본에서 6관왕인 최강자.

이세돌의 결승 상대는 고노린(河野臨·33) 9단. 그는 이번 대회에서 박정환 9단(21)을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국제대회 우승 경험은 없고, 일본 천원전 3연패 등 자국 내에서 6차례 우승한 바 있다. 이세돌과 고노린의 역대 전적은 2 대 1로 이세돌이 우세.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이세돌은 백을 쥐었다. 이날도 이세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국면을 복잡하게 만들어 흑진에서 살고 흑 대마도 잡아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세돌은 1년 9개월 만에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대회에서 17번째 우승이다. 이 대회만 치면 2007, 2008년에 이어 6년 만에 세 번째 우승이다. 이세돌의 우승으로 한국은 26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9번째 우승국이 됐다. 일본은 10회, 중국이 7회. 우승 상금은 250만 엔(약 2500만 원).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